에콜디렉트..출결‧성적‧소통까지 프랑스 학교의 원스톱 솔루션

조미현 입력 2021. 4. 23. 16:13 수정 2021. 4.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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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학교 종합 행정 시스템 각광

지각‧결석 실시간 휴대폰 알림 서비스, 신속한 시험 성적 확인 등 장점

교사 업무 편의, 학교와 부모의 소통 창구로도 활용   


굳게 닫힌 교문. 높은 담벼락. 용무가 없으면 통과할 수 없는 경비실. 프랑스의 학교는 폐쇄적이다. 사전에 약속을 잡았거나 학부모 설명회 등 학교에서 부모들을 초대하는 공식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부모라도 출입이 통제된다. 더구나 프랑스 선생님들은 절대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럼 학교에 관해 궁금한 게 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할까?


◆에콜디렉트의 로그인 페이지 ©www.ecoledirecte.com


2000년대 초에 가장 먼저 도입된 프로노트(Pronote)를 비롯해 에콜디렉트(EcoleDirecte), 이지스콜(EasyScol), 스콜앵포(Scoleinfo) 등 프랑스의 거의 모든 중고등학교는 온라인 학교 종합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자녀의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로부터 시스템에 접속할 고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으며, 휴대폰 앱과 PC 버전을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다. 물론 비밀번호는 첫 로그인 이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학년이 바뀌면 다시 새 비밀번호를 받는다.


필자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에콜디렉트를 사용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에콜디렉트는 원스톱 설루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결 관리부터 시험 성적, 숙제 및 시간표 업데이트, 교사와 학부모 간 DM에 이르기까지 학생과 부모가 학교생활과 관련해 알아야 할 정보가 모두 있기 때문이다.


◆에콜디렉트의 학생 페이지 ©www.ecoledirecte.com


학생 접속 페이지는 학교의 공지사항이 전달되는 메시지(Messagerie), 시간표(Emploi du temps), 수업 내용과 숙제가 있는 카이에드텍스트(Cahier de textes), 지각‧결석‧교칙위반 횟수와 사유 등이 기록되는 학교생활(Vie scolaire), 과목마다 시험 결과가 그때그때 올라오는 점수(Notes) 등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에콜디렉트를 매일 들여다보며 다음 날 책가방을 싸고, 기한에 맞춰 과제를 제출한다. 선생님의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수업이 취소되는 경우도 여기 공지된다.


부모 접속 페이지는 여기에 몇 가지 메뉴가 더 추가된다. 서명이 필요한 가정통신문은 온라인 전자서명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급식비 지불도 여기서 곧바로 연결되는 이뱅킹 서비스로 해결한다. 자녀의 지각 및 결석 정보도 바로 업데이트되고 부모의 확인을 요구하는 실시간 휴대폰 알림 서비스가 오니, 자녀가 며칠씩 무단결석을 했는데 부모가 모르는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교장선생님, 교직원, 각 과목 선생님에게 DM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부모가 환영하는 것은 자녀의 시험 점수를 알 수 있다는 점. 프랑스에서는 석차를 매기지 않으므로 등수까지는 알 수 없지만, 교사들이 개별 시험 결과를 수시로 시스템에 업로드할 때마다 반 평균과 최고‧최저 점수는 물론 자녀의 전 과목 평균까지 산출된다. 아이가 혼날까 봐 둘러대는 거짓말이나 위조 서명이 끼어들 틈이 없다.


첫 아이라 그런지 학업성적이 신경 쓰인다는 세실 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하다가 틈틈이 아이의 시험 결과가 올라왔나 접속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에콜디렉트에 들어간 적도 있어요.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부모나 학생이나 점수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신속하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더 압도적이다.


◆프로노트의 교사 페이지 ©www.index-education.com


파리 근교 생뚜앙에서 중학교 불어 교사로 재직 중인 셀린 씨는 프로노트 같은 시스템이 있기 전과 비교하면 교사들의 업무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학기말만 되면 일일이 학생들의 점수와 평가를 손으로 적느라 일이 많았어요. 지금은 제가 편한 시간에 집에서 숙제나 점수를 수시로 입력해도 되니 학교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죠. 권장사항이고 의무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전반적인 사회의 행정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느리다고 평가받는 프랑스에서도 최근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프로노트와 에콜디렉트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는 IT를 학교 행정과 접목한 성공 사례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학사 관리와 부모와 학생의 알 권리 차원에서 국내에서도 벤치마킹하면 좋을 듯하다.


프랑스 파리 = 조미현 글로벌 리포터 mihyuncho@hotmail.com


■ 필자 소개

현 전문번역가, <불평등의 역사>, <디지털 화폐> 등 다수 번역

전 영화잡지 기자

전 서울시청 홍보기획관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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