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만필] 만성질환 된 관절질환, 그러나 희망은 있다

여론독자부 2021. 4. 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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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관절은 저절로 재생되지 않지만
의학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
치료법 진화 앞으로도 계속될 것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서울경제]

정형외과 전문의로 일한 지 벌써 삼십 년이 가까워진다. 가끔 ‘왜 정형외과를 선택했느냐’ 혹은 ‘정형외과 전문의로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후자 질문부터 답하면 ‘그렇다’이다. 필자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살 수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정형외과를 선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원래 필자는 의대에 갓 입학한 예과 때만 해도 내과를 가려 했다. 하지만 본과에서 여러 과를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의사들이 본과 과정을 밟고 실습하면서 전공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정형외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환자가 많을 것 같아서였다. 손가락이 10개, 발가락이 10개 해서 도합 20개나 되니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유치한 발상이었다. 환자는 의사의 존재 이유이자 파워였기에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데 우선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면 드라마틱하게 낫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본과 실습 중 수술을 하지 않는 몇몇 과를 접해보니 환자를 낫게 하기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데 치료의 중점을 뒀다. 반면 정형외과는 병원에 올 때가 최악의 상태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의사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없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예나 지금이나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은 여전히 많다. 다만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질병이 달라졌다. 필자가 레지던트로 일했던 지난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정형외과에서는 주로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끊어진 환자를 치료했다. 그런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골절보다는 관절염, 허리 디스크, 척주관 협착증과 같은 만성 관절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만성 관절 질환의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또한 내가 정형외과를 선택할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모든 만성질환이 그렇듯 만성 관절 질환도 완치가 어렵다. 대부분의 만성질환이 노화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이 돼 발생하기 때문에 완치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관절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많이 써서 닳아 없어진 관절 연골은 저절로 재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와 힘줄·근육도 나이가 들면서 노화하기 때문에 늙고 병든 관절을 젊은 날의 건강했던 관절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필자가 레지던트였던 시절만 해도 무릎 수술은 연륜이 많은 과장급 의사들만 할 수 있는 성역이었다. 보통 절개하는 수술이 대부분이었고 내시경으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거나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정도였다. 당시는 인공관절 수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초창기여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술이 이뤄졌다. 그만큼 수술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시경 기구도 발달하고 크기도 작아져 1㎝ 정도로 작은 구멍만 낸 후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삽입해 수술한다. 인공관절 수술도 로봇 시스템이 접목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보완해준다. 의사가 육안으로 보고 판단하던 것을 컴퓨터가 계산한 수치를 확인하면서 수술하기에 그만큼 오차를 줄일 수 있다.

퇴행성 관절 질환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조금이라도 수술 부담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절이 다 닳아 걷지도 못하는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다시 걷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환자와 의사에게 기적과 같은 감동을 준다.

앞으로 또 어떤 치료법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환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온다면 그 선두에 항상 필자가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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