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시스

[창넘어북한] 美 대북정책, 압박 대신 포용 택해야 하는 이유

박수성 입력 2021. 04. 23. 17:5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문 대통령,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서 바이든에 북미협상 희망
대북 정책 '최대 포용' 대 '최대 압박' 비교해 보니
전자는 '좋은 관계가 평화 창출' 주장
후자는 '주민 희생시켜 김씨 체제 수호'하니 압박 주장
지나친 압박은 부작용 야기..적대감 해소가 해결 단초 될 수도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내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 통해 북미가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은 수 개월 간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 핵문제에서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이번 화 <창 넘어 북한>에서는 온건론인 '포용'과 강경론인 '압박' 입장을 비교해 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오늘은 다시 북미관계를 다뤄보겠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지 4개월이 다 되도록 미국정부의 대북 정책이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한할 당시 이미 마무리 단계라면서 빠르면 이달 초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습니다만 미 정부는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궁금증이 갈수록 커집니다. 우스개 소리지만 미 정부가 대북 정책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 끌기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런 의도라면 효과가 꽤 있는 듯합니다. 조급증이 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 뉴욕타임스와 일부러 인터뷰를 가졌으니까요.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4.21. photo@newsis.com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문대통령은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시도했던 핵 협상에 대해 "변죽만 올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다소 유보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018년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고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께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인 진전을 이룬 그런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문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자청한 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문대통령이 바라는 방향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유엔 안보리 제재는 물론 미국 법에 의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는 등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은 미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분위기니까요.

그런데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요?

문대통령은 2018년 봄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핵 없이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면 우리가 왜 굳이 제재를 받아 가면서 힘들고 핵을 이고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면서 관건은 북미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안해내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문대통령의 이런 판단과 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 기자는 "미국과 북한 정부 사이의 깊은 불신을 감안하면 큰 돌파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이처럼 문대통령이 제시하는 해법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쪽이 많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국 실패했다는 점, 문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말발이 약해졌다는 점 등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이쯤 해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온건론과 강경론을 대표하는 극단적 입장 두 가지를 비교하면서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겠습니다.

앞의 글은 오바마 대통령 정부 시절 8년 동안 미 국방부에서 대북 정책을 자문한 프랭크 엄과 한국평화네트워크라는 단체를 창립한 대니얼 재스퍼라는 분이 38노스라는 북한 전문 매체에 기고한 글입니다.

뒷 글은 미 국무부 직원이지만 현재 아틀란틱 카운슬이라는 외교정책 싱크 탱크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안드레아 미아일레스쿠라는 분이 지난달 발표한 글입니다.

두 글 모두 상당한 분량이어서 자세한 내용 설명은 아래 표로 대신하겠습니다. 표는 박수성 기자가 이틀 동안 끙끙거리면서 만든 역작입니다.

원문은 위 제목을 클릭하시면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두 글의 제목이 말해주듯 하나는 최대 포용(maximum engagement)을, 다른 하나는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글 모두 지난 30-40년 동안 진행된 북미 간 핵 협상과 대결 과정을 검토했지만 결론은 정반대로 내리고 있습니다.

우선 최대 포용을 주장하는 글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이 글 뒷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 말에 가깝게 의역했음을 밝힙니다.

"평화는 과정이다. (북미가) 상대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덜어내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누적적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신뢰와 협력의 관행을 쌓음으로써 평화공존을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말은 '좋은 관계를 맺지 않고선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생각엔 북한은 쉽게 무너질 나라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북한이 30년 이상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와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이 전제를 뒷받침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대 압박을 주장하는 글에서도 한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김(정은)이 북한의 안전보장을 추구하기보다 북한 주민들을 희생시켜서라도 김 씨 (왕조) 체제를 지키려 한다는 점이 문제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나쁘다'는 겁니다.

자기를 신으로 떠받드는 체제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거리낌 없이 주민을 희생시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유일영도체계를 강조하는 북한 체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수십 년 동안 북한 사회를 관찰하고 여러 차례 방문해 북한 사람들을 만나본 저로선 그런 인식은 좀 편협한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북한 체제, 문제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열악한 인권 상황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무너트려야 한다는 건 지나칩니다.

물론 최대 압박을 주장하는 안드레아 미하일레스쿠도 북한 붕괴론을 직접 주장하진 않습니다. 다만 압박을 강화해 북한이 항복하도록 하자는 거지요.

그런데요, 북한 체제가 김 씨 왕조체제고 이걸 바로잡기 전에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 북한 붕괴론과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겠습니다.

창 넘어 북한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북한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북한이 저절로 붕괴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에서 압박을 가해 붕괴시키려고 하는데 북한은 가만히 있을까요?

저절로 붕괴하더라도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상당할 텐데 북한을 압박해 무너지게 만들려 하면 무력충돌 가능성은 몇 배, 몇 백 배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북한의 군사력이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압박을 통한 붕괴를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력충돌로 인한 피해보다 붕괴로 인한 우리의 이익이 더 커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서울=뉴시스]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1.01.15. photo@newsis.com

그렇지만 북한의 군사력은 6.25 전쟁 이래 지금까지 한순간도 위협적이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핵폭탄과 첨단 미사일로 무장한 지금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붕괴를 추진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해야 하는 겁니까. 미국도 상당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만 가장 큰 피해는 우리가 감당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논리는 좀 극단적이기도 합니다. 압박을 강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전쟁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 못지않게 부작용이 큽니다. 우선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미국이 대북 압박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는 걸 우리 국민들이 말없이 감수해야 하는 건가요?

이쯤에서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북 정책은 포용 정책밖에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 문제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 많은 게 북한뿐인가요? 사람이 살면서 많은 문제를 겪게 됩니다만 그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속 시원하게 해결함으로써 또 다른 큰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당장 해결할 수단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겁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같이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한 문제를 당장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요?

앞의 두 글 모두 지적하듯이 북한 핵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악화돼 왔습니다. 그나마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는 동안에는 악화의 속도가 늦춰졌고 압박만 할 때는 빠르게 악화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북한 핵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은 절대 비핵화할 생각이 없다'고, '그렇게 물러터졌기 때문에 북한에 쉽게 속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일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 핵문제는 왜 해결해야 하는 건가요?

미국은 핵확산방지체제를 지키려면 북한의 핵 무장을 방치할 수 없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너무 한가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 무장을 하기 전이라면, 또 북한이 정말 힘없는 미약한 존재라면 소위 '대의'를 위해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건 환상입니다.

또 미국의 핵 확산 방지 의지도 고무줄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 무장은 왜 방치한 건가요?

물론 북한이나 이란은 미국을 정면으로 적대하니까 미국으로선 묵과할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해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미국을 적대시하지 않도록 상황을 조성하면 문제 해결의 단초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괴상한 체제를 몰라서 하는 말이냐'고 반박할 수 있지만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

세상엔 절대 안 되는 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없지 않습니다만 북한 핵문제 해결은 그런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핵 확산을 막으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평화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평화를 크게 깨트려서라도, 3차 세계대전 못지않은 전쟁이 일어나는 걸 감수하더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면 핵 확산 방지의 목적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 더 한다면 역대 미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미국을 수렁에 빠트린 사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라크, 아프간, 베트남이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그런 수렁에 다시 빠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