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스와프' 운 뗐지만 美 "충분치 않다"..정부, 백신외교 고심(종합)

이국현 2021. 4.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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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력 때 캐나다·멕시코·쿼드 거론..韓 "외교-백신 별개"
정부 "쿼드 백신협력, 개도국 지원 목적..美여유분과 무관"
5월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백신 협력 진전에 힘 쏟을 듯
[수원=뉴시스]김종택기자 =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정현중 보들 테니스센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수원시 코로나19 제2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2021.04.22.jtk@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미국이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언급을 삼간 채 당분간 미국 내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 간 백신 협력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 쿼드(Quad)와 협력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확보와 쿼드 가입 등 외교 현안은 별개라고 선을 그은 채 오는 5월 말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백신 확보를 위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1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접종률은 3.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에 머무르면서 수급 불안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백신 협력 논의에 불을 붙이면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터져 나왔다.

정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미국 측과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며 "지난번 존 케리 미 국무부 대통령 기후특사와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박 의원이 제시한 구상은 한국이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 지원 받고, 추후 한국 제약회사 설비로 백신을 대신 생산한 뒤 미국에 갚는 방안이다. 당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최근 백신 수급난이 심화하자 백신을 미리 공급 받고, 이후 다시 갚는 방식의 백신 스와프가 국내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정 장관은 다음 날인 21일 관훈토론회에서 백신 스와프에 대해 "미국이 (올여름)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한 국내 백신 비축분이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아울러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한국 정부가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제공한 것을 거론하면서 백신에서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자국 내 백신 공급 우선 원칙을 밝히면서 다른 나라에 백신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연설 직후 백신의 해외 공급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그것을 해외로 보낼 자신감을 가질 만큼 충분한 백신이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한국이나 다른 나라와 비공개 외교적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무엇보다도 현 단계에서 국내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더퍼드=AP/뉴시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회차 접종 후 2회차 접종까지 간격을 최대 6주까지 허용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웨더퍼드 지역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인 모습. 2021.01.23.

다만 미국이 국내 접종 상황을 고려해 해외 백신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우선순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중 보건 분야에서도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에 대한 기여를 통해 이미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쿼드와도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이 백신 협력 대상으로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쿼드(Quad)를 거론하면서 외교 현안과 연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견제 성격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에는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0만회, 150만회분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대여 차원으로 멕시코와 캐나다가 연말에 아스트라제네카나 다른 백신으로 갚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21일 관훈토론회에서 백신 협력과 쿼드 가입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과 외교 분야 논의는 별개"라며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는 한미동맹 강화나 북한 비핵화 문제, 미중 갈등에서 우리의 입장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백신 분야에서 협력은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과 백신 협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미국의 백신 여유분 해외 제공과 쿼드 참여국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는 23일 '쿼드와 한·미 백신 협력'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쿼드 백신 협력은 백신 생산을 가속화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의 백신 여유분 외국 제공이 쿼드(Quad) 참여국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쿼드 참가국이 역내·글로벌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기후 변화, 핵심·신흥기술 분야 실무그룹 신설에 합의했는데, 이 가운데 백신 협력 실무그룹은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 등 개도국에 대한 공급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는 미국 측의 부정적 반응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백신 논의를 진전시켜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백신 추가공급을 약속받은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훈클럽 토론회와 국회 외통위에서 정 장관이 관련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에서는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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