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지구에 대한 테러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입력 2021. 4.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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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구를 방사능으로 둘러싸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일본과 ‘원전 마피아’가 벌이는
진화의 근원적 파괴를 막아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의 상황을 알려오는 활동가는 내게 해안가에 설치된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이 감옥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문제로 지구로부터 고립될 운명에 처해 있다. 1982년 제정된 유엔세계자연헌장은 총칙, 2, 3장에서 “지구상의 유전적 생존력은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육지와 바다를 포함하여 지구의 모든 지역은 이러한 보존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는 지구에 대한 테러나 마찬가지다. 지구가 방사능에 둘러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이미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3년 여름, 수백t의 오염수 누출 사고를 일으켰다. 일본은 통제하고 있다고 했지만 거짓말임이 탄로났다.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 137만t의 저장탱크 용량이 90% 이상 오염수로 차게 되는 상황에서 2년 뒤에는 이를 손쉽게 바다로 버리겠다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 참사 35주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10주년이 되는 올해 교훈은커녕 인류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다핵종제거시설을 통해 위험 핵종들을 제거했다고 선전하지만, 정화되지 않은 치명적인 삼중수소와 탄소14 등의 핵종은 그대로 바다에 방류된다. 오염수의 70% 이상은 안전 기준치를 웃돌며, 기준치의 최대 2만배에 해당하는 오염수도 발견되었다.

그대로 놔두면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말하듯 위험의 지구화를 생생하게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부조리를 고발한 프란츠 카프카는 콩트 <포세이돈>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자본주의에 포획된 나약한 속물적 존재로 그렸다. 대자연의 원초적 힘인 포세이돈은 계산에만 몰두하는 물 담당 관료의 이름이다. 바다는 그의 상상 속에만 있다. 세상의 멸망을 고대하는 그는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 마지막 계산 결과를 재검토한 후 짧은 일주 여행을 할 수 있는 조용한 순간이 있을 것”(<여행자 예찬>, 이준미 옮김)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판단, 나아가 세계의 원전 산업은 포세이돈의 생각과 다름없다.

원전을 값싼 무공해 에너지라고 선전하는 ‘원전 마피아’들은 발가벗은 임금님과 다를 바 없다. 3초 만에 고장난 20억달러짜리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콘크리트로 뒤덮인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과 떠도는 수십만의 실향민들, 전 세계 원전 부근 주민들의 높은 암 발생률은 원전이 경제성은 고사하고 현재와 미래 누군가의 끊임없는 희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반영구적으로 유출될 후쿠시마 오염수는 지구적 재앙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정화작용을 하는 바다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건이다. 우리의 의식은 지구의 진화와 함께한다. 보고 느끼며 상상하고 소통하는 세계는 자연의 반영이다. 지구는 인간만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의 공동체이다. 지구학을 주창한 토머스 베리는 <지구의 꿈>(맹영선 옮김)에서 인간이 지구의 생물들을 파괴하는 것은 “신적 현존 양식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그들과 함께 지구생태를 형성한다. 바다와 바다가 품고 있는 생명의 파괴는 우리 자신은 물론 진화의 고향인 어머니의 자궁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 일본에 찬동하는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범이나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자신도 가입한 국제해양법을 어기고 있다. 이웃국가에 사전 통보는커녕 공동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국제해양재판소에 긴급구제를 요청해 일본이 해양법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이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높은 농도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당장 한국과 일본의 어민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1980년대 초 원전 인근 어업 피해보상, 방사능 피폭 진상규명 운동으로부터 이 나라의 반핵운동이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결국 지구시민 모두의 부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원전 해체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영구히 봉인해야 한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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