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가장 큰 우물 오염시킨다" 日 방류 맞서 한·중남미 여론전

정진우 입력 2021. 4. 25. 15:57 수정 2021. 4. 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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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로 지구 우물 태평양 오염"
한-중남미 "국제사회 공동대응 필요"
지난 23일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과 카르멘 모레토 토스카토 멕시코 외교차관은 회담을 갖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맞서 태평양 연안의 중남미 국가와의 공동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8일부터 콜롬비아·코스타리카·멕시코 등 중남미 3국을 순방하며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우려를 공유했다. 오염수 방류는 지구의 가장 큰 우물인 태평양을 오염시키는 행위라는 ‘우물 오염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외교전에 나선 셈이다.

최 차관의 중남미 3국 순방은 당초 코로나19 협력 및 외교 다변화 차원에서 계획됐다. 하지만 순방 시작을 앞둔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며 자연스레 순방 과정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최 차관은 각국 카운터파트와의 회담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한편 국제사회 차원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남미 3국 역시 한국 정부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며 연대를 약속했다. 카르멘 모레노 토스카노 멕시코 외교차관은 “해양오염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역내 모든 국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중남미 "오염수 방류 우려" 공감

지난 22일 한국과 중남미 8개국은 외교차관회의를 갖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최 차관은 지난 22일 코스타리카에서 개최된 중남미 8개국(SICA)과의 외교차관회의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위험성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 채택을 주도했다. 오염수 방류는 인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해양 생태계에 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며,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결정이라는 내용이란 취지였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주변 국가와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해양 오염 행위에 대해 태평양이라는 공동의 바다를 공유하는 비아시아권 국가들이 즉각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중남미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 공조에 주력하는 것은 현재로썬 법과 절차적 측면에서 일본 측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하기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식수 수준으로 정화한다는 입장인데다, 이같은 과정을 검증하는 권한 역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아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갖고 있다.


미국 없이는 국제 여론 한계

지난 23일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단은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건물 앞에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스1]

다만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기에 앞서 오염수 방류에 대처하기 위한 원칙 마련과 국내 여론 정비가 우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오염수 방류에 대처하는 원칙과 기준에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정 장관은 이튿날 “일본이 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그게 아니다’라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2023년 일본이 방류 예정인 오염수의 유해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정부가 ‘국민 불안’이라는 추상적 기준 외에 어떤 방침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 미국이 일본과 밀착한 국면도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국제사회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한국 측 우려와 관련 “일본이 IAEA와 잘 협조할 것이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IAEA 기준을 엄격히 지키며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아무런 원칙과 기준 없이 ‘절대불가’ 입장만을 밝히는 것은 자칫 국제사회에서 떼쓰기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오염수가 어떤 정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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