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워치]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원전의 진짜 비용은?

강현창 2021. 4.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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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예고에 국제사회, '값싼' 결정 비판
日 정부 "후쿠시마 110조원 필요"..전문가들 "그걸로 안돼"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을 위해 사용한 방사능 오염수를 앞으로 30년간 바다에 버리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자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말입니다. 왜 일본은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이미 수년전부터 오염수 처리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해 왔습니다. 정상적으로 오염수를 처리하려면 최소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에서 많게는 1800억달러(약 203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문제는 돈입니다. 일본은 무책임하지만 쉬운 길을 택한 겁니다.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게 원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슬로건입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국가에 파멸적인 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을 보면서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발전단가 비싸지는 원전…경제성 점차 감소

지난 2013년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당시 계산한 발전원별 발전비용은 원자력발전이 가장 쌌습니다. 1000MW급 원전의 발전비용은 1kWh당 47원에 불과했죠. 석탄화력발전은 62원이었습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산출조차 안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단가 순위에 변동이 생깁니다. 2017년 미국과 영국 정부는 2020년대 초·중반이 되면 원전의 발전단가가 가스발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국에서도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 구매단가가 2013년 1kWh당 326원이었는데 2017년에는 112원으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원전은 1kWh당 39원에서 61원으로 높아졌습니다. 태양광 발전 원가가 기존 전력 원가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상황이 예상됩니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원자력에너지가 태양광보다 비싸지는 그리드 패리티 현상이 2020년대 중후반에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원전이 가장 값싼 에너지라는 주장은 공식적으로 힘을 잃은 것입니다. 

큰일난 건 아닙니다. 당장 원전이 가장 싼 에너지의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모든 원전을 폐로할 이유는 없습니다. 조금 비싸지더라도 충분히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위의 전망은 모두 전기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한 연구입니다. 

문제는 사고죠. 후쿠시마처럼 원전에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럴 경우 원전은 얼마나 비싼 에너지가 되는 것일까요. 

#사고 한 번이라도 나면 수백조원 비용 필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2011년 12월 원전 주변 주민 배상금과 사고 수습 비용 등으로 총 5조8000억엔(약 58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곧 높아집니다.

2013년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원전 처리 비용을 11조엔(약110조원)으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일본 현지 언론이 각 지자체의 예산과 현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관련 비용은 21조엔(21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발표합니다.

외국도 가세했습니다.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바탕으로 원자력사고 비용에 대한 연구결과를 2013년 내놓았습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은 후쿠시마 사고 규모를 수습하려면 4300억유로(약 570조원)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일본과 가까운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2018년 한전과 산업조직학회가 국내 주요 원전에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한 비용을 산출한 것인데요. 그 결과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 규모의 사고가 나면 2492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후쿠시마보다 고리원전의 사고비용이 큰 이유는 인구밀집도 때문입니다. 후쿠시마는 반경 30km에 거주하는 주민이 14만명에 불과하지만 우리 고리원전은 344만명이나 됩니다.

감이 오시나요. 2021년 대한민국의 정부 예산 규모가 558조원입니다. 국가부채는 950조원 수준입니다. 

원전 사고 비용 예측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오염수 방류는 '파산선언'…피해는 전 세계 분담

원전 사고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일본에 있습니다.

이번 오염수 방류는 일종의 파산선언입니다. 제대로 처리 비용을 지출하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그 피해는 해양오염의 형태로 번져 전 세계가 나눠 분담해야 합니다. 

게다가 오염수 방류가 끝이 아닙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로 발생한 '제염토'를 그저 쌓아두기만 했습니다. 사고 인근 지역의 지표면을 긁어 모아둔 겁니다. 2019년 기준 도쿄돔 11개 규모입니다. 

제염토란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오염을 제거한 흙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염토는 오염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4.8%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위해 양적완화가 계속 시행된 결과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경원을 넘어섰습니다. 체르노빌 사고가 소련 해체의 방아쇠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일본도 알고 있겠죠. 더 이상의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오염수 방류에 이어 제염토 방류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비용은 얼마나 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35년 전 체르노빌 사고의 수습도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숫자 될 것이란 건 확실합니다.

우리는 사고에 대비해 보험이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은 무방비상태입니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사고를 보장해줄 보험은 없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지켜본 세계가 탈원전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강현창 (khc@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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