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한복 중국 것" 우긴 中, 韓 게임에도 "사회주의 사상 넣어라"

김근욱 기자 2021. 4. 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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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 판호 발급 채점제 도입, '中문화 확산 기여' 조항 명시
韓게임도 적용..게임업계 "판호 발급 더 어려워져, 힘 빠진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중국이 한복·김치를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등 '문화공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정부가 게임물 판호(서비스 허가증) 발급에 새로운 채점제를 도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채점 기준에 "사회주의 사상을 포함하고, 중국 문화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 등 '친중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노골적으로 명시돼 있어서다. 자국 게임 시장을 문화공정의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판호 발급은 물 건너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中 '친중게임'만 받는다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위클리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선전부 출판국은 이달 1일부터 게임물 판호 심사에 새로운 채점 제도를 도입했다.

채점 기준은 Δ관념지향 Δ문화적 의미 Δ원조창작(독창성) Δ제작품질 Δ개발수준 총 5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각 항목당 0~5점이 부여되며, 평균 3점 이상을 받아야 판호 발급이 가능하다. 단, 한 항목에서 0점을 받을시 '탈락'이다.

주목해야 할 기준은 Δ관념지향 Δ문화적 의미다. 관념지향 기준에는 "게임주제·방식·캐릭터 등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올바른 역사관·인생관·세계관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문화적 의미 기준엔 "게임이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적혀있다. 다시 말해, '친중 게임' 여부를 확인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해당 기준이 중국내 게임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게임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 여부다. <뉴스1> 취재 결과, 해당 채점 기준은 '중국 내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게임 또한 해당 채점의 영향 아래 있다는 뜻이다.

페이퍼게임즈 샤이닝니키 '품위의 가온길' 의상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게임을 문화공정의 '무기'로

中 출판국은 이번 개편 대해 "게임업체들이 정치적 지향, 가치, 문화적 의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정확한 참고 근거를 제공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복, 설날, 김치 등을 모두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문화공정'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노골적으로 앞장 세우겠다는 의도가 담긴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중국 모바일게임에 등장한 청나라 의복이 아이유가 드라마 속 입은 ‘한복’과 흡사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1월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국 출시를 기념하며 한복 아이템을 내놓자, 중국 이용자들은 "한복은 중국 것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게임사는 중국인 여론만 살핀 채 한복 아이템을 파기하고, 결국 한국 서비스를 철수 조치했다.

지난 2월엔 '스카이: 빛의 아이들 게임'이 '갓' 아이템을 한국의 역사 모자라고 표기하자, 중국 이용자들은 "갓은 중국 의상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게임사 대표는 "모자를 만들며 중국적인 요소를 많이 참고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속 역사 논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칼을 뽑은 것이다"며 "중화사상에 부합하지 않는 게임은 애초에 유통시키지 않겠다는 말이다"고 분석했다.

◇ 게임업계 "판호 발급…힘 빠진다"

그간 게임업계에선 중국 판호 발급 기준에 대해 알려진 바 없었다.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판호 기준에 대해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황당하다"며 "중국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동안 판호 발급이 막혀 있어 올해는 달라질까 생각했는데 더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만 든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 이후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 판호를 받은 게임은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 천공의아레나' 한 개에 불과하다.

또다른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시장 진출을 위해 애써왔는데 힘만 빠진다"며 "사회주의 사상을 넣고 중국 문화를 알리는 기준에 맞추려면 게임 기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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