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세금으로 산 백신, 주는 대로 맞으라? 공산당이냐"..시민들 백신 선택권 요구 '봇물'

김하나 2021. 4.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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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정부, 일단 백신 접종률만 높이려고 선택권도 안 줘".."백신 맞으라 해도 안 맞을 것"
"재난지원금 줄 돈으로 차라리 초기에 화이자 물량이나 더 확보했어야"
전문가들 "백신은 본인 건강 위해 맞는 것..집단면역 위해 위험 무릅쓰고 맞는 건 백신 아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선택 제한했지만, 이제는 물량 충분해 선택권 요구 계속 거세질 것"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수급 및 접종 관련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를 연일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물량에 여유가 생기더라도 접종자가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백신 선택권을 박탈당한 시민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등의 안전성 우려도 끊이지 않아 정부의 '늑장 백신' 수급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하면서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 물량은 9900만 명분으로 늘어났다. 오는 7월부터는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백신의 본격적인 공급도 계획돼 있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 제품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밖에 없는 현재 상황보다 백신의 양과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백신 물량에 여유가 생기더라도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6일 "전 국민 대상 접종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부여하기보다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서 대상자 별로 백신을 결정하는 체계를 계속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정부는 접종을 미루더라도 향후 원하는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이날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분들이 본인의 거부로 참여하지 않으면 11월 이후, 즉 4분기에 접종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때는 어떤 백신을 맞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며 "백신의 선택권은 계속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일관된 원칙 만을 갖고 접근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백신 접종은 대상자 군에 따라 백신 종류를 나눠 진행하고 있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이나 노인시설 입소자 등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노인, 국가보훈자 돌봄 종사자 및 항공 승무원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다만 30세 미만은 희귀 혈전 생성 부작용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민들은 백신 선택권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직장인 이창식(51)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희귀 혈전 생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검증도 안 돼 미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도 아직 안 났는데 백신 선택권이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에서 일단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 선택권도 안 주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여의도에서 5년 간 순대 국밥 가게를 운영해온 김모(46)씨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마스크도 잘 쓰고 개인 방역도 잘 지키고 매출 감소도 견뎠는데 그동안 안전한 백신도 못 구해왔다"면서 "내 세금으로 산 백신을 선택권도 없이 배급해주는 대로 맞으라는 식이니 공산당이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멀쩡한 40대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고 사지 마비됐는데 선택권도 없다니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강제 접종을 강요 당하고 있는 직업군들의 불만은 더욱 컸다. 승무원 김모(31)씨는 "국내선만 비행하게 될 수 있고, 진급에 불이익이 갈까 걱정돼 선택권이 없어도 백신을 맞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을 이틀 앞둔 경찰관 김모(34)씨는 "내 몸에 맞는 백신의 선택권도 없다니 인권이 빼앗긴 기분"이라며 "경찰청에서는 절대 강요는 아니라고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 사실상 '협박 접종'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백신이 급하지 않다고 말 한 인물이 이 나라 방역기획관"이라며 "재난지원금 줄 돈으로 차라리 화이자에 웃돈을 주면서 초기에 화이자 백신 물량을 확보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56)씨는 "정부가 K방역 홍보만 해 놓고 지금은 백신접종률 100위 권에 선택권도 없다니 실망스럽다"면서 "백신 맞으라 해도 안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모란 신임 청와대 방역기획관 ⓒ뉴시스

전문가들은 백신 물량이 늘어난 만큼 백신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은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맞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집단면역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맞는 건 백신이 아니다"면서 "3~4분기에 노바백스,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수급 물량도 2배 가까이 느는데, 희귀 혈전이 10만 명 중 1명이 나올 수 있고 치사율이 20~30%가 나올 수 있는 백신의 위험을 개인이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백신이 충분하지 않아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해도 큰 불만이 없었지만 이제는 정부가 인구 2배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하니 시민들의 백신 선택권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해 치료 보상을 적극적으로 해주지도 않고, 안전장치 없이 일방적으로 맞으라 하니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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