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15분 만에 쓰러져"..일선 서는 접종 '암묵적 강압'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1. 4.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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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AZ백신 맞은 경찰공무직 "메스꺼움 느끼다 실신"
평소 '기저질환無' 50대..병원서는 "인과관계 단정 어려워"
警지휘부는 '자율'이라지만.."문자 등 무언의 압박 계속돼"
경찰관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찰 등 '사회 필수인력'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이 본격 진행 중인 가운데 접종 15분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상반응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지역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주무관(무기계약직) A(50·남)씨는 지난 26일 관내 적십자병원에서 AZ 백신을 접종했다. 당시 A씨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느낀 뒤 15분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은 즉각 A씨를 응급실로 옮겨 응급조치를 취했고, A씨는 3~5분가량 이후 의식이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통과 근육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은 계속됐다. 경과관찰을 위해 이튿날까지 하루를 더 입원해있다 퇴원한 A씨에게 병원 측은 '심장전문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진단서를 살펴보면, 담당의사는 "환자는 AZ 백신 접종 이후 15분 뒤 의식소실이 있었던 분으로 당시 HR(심박수)가 분당 30회, SBP(수축기혈압)가 60대로 감소한 소견이 확인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피부증상·소화기증상은 동반되지 않았고 혈관부종 등의 소견도 없어 (전신 쇼크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보다는 '서맥·혈관허탈' 가능성이 높아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수분 공급 처치(hydration)를 하여 3~5분 이내 활력징후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의식을 회복했을 당시 상의가 탈의된 상태였고, 의사로부터 심폐소생술(CPR)을 위해 제세동기를 가동하려 했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며 심정지 가능성도 제기했다. A씨는 평소 산악자전거를 즐겨 타는 등 운동을 즐기는 데다, 당뇨·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체질인 것으로 파악됐다.

접종자들이 관찰실에서 쉬며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는 "백신 접종이 아니면 이같은 증상이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간 수치가 '간경화 수준으로 나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병원 측에서 정확한 수치를 확인해주지는 않았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A씨는 이날 오전 한 대학병원에서 심장 관련 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음파 검사 등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백신 때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등 아직 확실히 얘기하진 않는다"면서도 "평소 체력도 좋은 편이고 복용하는 약도 전혀 없었다. 백신이 (실신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27일) 저녁까지는 열이 나고, 오한과 메스꺼움 등이 있었다. 지금은 해열제를 먹고 조금 가라앉은 상태인데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아픈 것 같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당시 A씨를 담당한 의사는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를 100%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병원 측은 이상반응 이후 경과를 지켜봤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 퇴원조치가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혈압맥박 등이 정상으로 돌아와 (A씨가) 퇴원했다. 3차 병원에 (진료를) 의뢰한 것은 향후 (백신)연관질병이 아닌 다른 질병이 있을까봐 가보라고 한 것"이라며 "사람마다 달라서 (비슷한 사례 여부는) '있다, 없다'로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 근무자들이 본청으로부터 받은 백신접종 관련 공지 문자. 경찰공무직노조 제공
암묵적으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일선 서들의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 지휘부는 접종 여부를 개인 자율에 맡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접종의사를 확인하고 접종자를 취합하는 등 '무언의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본청으로부터 매일같이 오는 공지는 물론 일부 서에서는 '매일 접종현황을 서울경찰청·경찰청에 보고한다', '경찰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자율이지만, 불특정 다수를 접촉하는 직업의 특성상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등의 문자도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청공무직노조는 지난 19일 본청에 '희망여부와 관계없는 접종 강제 및 인사 반영, 이상반응에 대한 부작용은 위법하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 이상반응에 대한 배상 책임과 더불어 (접종대상을) 희망자로 시정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본청은 구두로 '백신 접종은 희망자에 한한다', '(이상반응과 백신접종 사이) 인과관계가 확실히 밝혀지면 정부에서 배상한다'고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에서 지정하는 병원에서 백신을 맞게 돼있는데 정부 소관 병원이 '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하긴 어렵지 않나. (이상반응과)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무원·공무직도 사람인데, 선택권 없이 AZ 백신만을 우선적으로 접종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내부게시판에도 주로 '백신을 맞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 등 긍정적인 내용의 글로만 도배가 돼있다"며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건 맞지만, 부작용에 대한 안내를 확실히 하고 이상반응 관련 데이터를 취합해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공무직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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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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