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서도 '반페미니즘' 극성
주최 측에 항의 전화 쏟아져
대학 내 페미니즘 활동 위협
[경향신문]
포항공대에서 페미니즘 강연 개최를 반대하는 항의 전화가 주최 측에 쇄도하는 등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의 페미니즘 백래시(반동)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오는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7일 에펨코리나(펨코) 등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항공대 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비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들은 자신들이 낸 학생회비로 페미니즘 강연을 연다며 강연 개최 저지를 위해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학생지원팀 등 관계 부서의 전화번호를 올렸다. 게시물 아래에는 “전화를 걸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강연을 취소하라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왔다. 실제로 전화번호가 게시된 부서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최근 ‘허버허버’(음식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묘사하는 신조어) 등을 ‘남성혐오’ 단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이런 신조어를 사용한 기업에 집단적으로 항의해 사죄하게 만드는 등 실제로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반페미니즘’ 세력의 행동 반경이 넓어진 것 같다”며 “ ‘우리가 하면 바뀐다’는 경험이 그들을 고무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학 내에서 실제 위협을 느끼는 분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계획대로 강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온라인 강의 접속자의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이 강의에는 28일까지 3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내 페미니즘 활동에 대한 백래시는 수년 전부터 계속됐다. 2017년 12월 한동대는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에게 기독교 대학 건학 이념 위배를 이유로 무기정학 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었다. 2018년 5월에는 서강대 총학생회가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씨를 연사로 한 인권 강연을 계획했지만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 연세대 총여학생회도 은씨 강연을 열었다가 학내 반발에 부딪혔고, 이를 계기로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가 이뤄졌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이듬해 폐지됐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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