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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의 마술사 개발자, 알고보면 S급은 '슈퍼 을' 나머진 '그냥 을'

강승태 입력 2021. 04. 28. 22:54 수정 2021. 04. 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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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tf("Hello World");’.

이 기묘한 문구를 본 적 있는가.

만약 익숙하다면 당신은 C언어를 한 번이라도 배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코딩 프로그램을 배울 때 ‘printf("Hello World");’를 먼저 사용해보는 것은 일종의 ‘국룰(국민 규칙·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에 가깝다고. 이렇게 입력하면 ‘Hello World’라는 단어가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다.

개발자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실력이 우수한 개발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는 중이다. 기업 간 개발자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연봉 인상과 거액의 이직 보너스를 내건다. 올해 들어서만 수십 개 기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자 처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인생 2모작을 꿈꾸는 30~40대 직장인 중에서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직접 코딩 배우기에 나선 사람들이 많다.

한편에서는 개발자 세계에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전반적으로 개발자 연봉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고급 개발자에 국한된 얘기다. 모든 개발자가 초봉 5000만원 혹은 연봉 1억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평균 연봉에 미치지 못한 곳이 많다.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개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전 산업 개발자 인재 쟁탈전

▷채용 규모 2배로 늘린 네이버

2015년 시장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청소년 선호 직업 설문조사를 했다. 1위는 IT 전문가(66.2%, 중복 응답)가 차지했다. 2위는 다름 아닌 엔지니어, 즉 개발자다. 개발자는 공무원이나 의사, 교사 등을 제치고 청소년 선호 직업 2위에 올랐다.

6년 전 청소년들의 바람 혹은 생각이 현실이 된 것일까.

IT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개발자 인력 채용 수요는 매년 전국 컴퓨터공학과에서 배출되는 졸업생 수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개발자 수요는 더욱 늘었다. 주요 IT 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더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 돈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작은 게임 기업 넥슨이었다. 2월 초 넥슨은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 인상하겠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 기업은 잇따라 개발자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여기에 직방, 딜리버리히어로 등 벤처 기업 역시 개발자 연봉을 최대 2000만원 인상하며 개발자 유치에 뛰어들었다.

개발자들이 ‘슈퍼 을(乙)’로 부상하면서 네이버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올해 총 900여명 개발자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네이버는 개발자 약 500명을 채용했다. 예년 대비 올해 채용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

네이버의 바뀐 채용 시스템 중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기존에 수시로 채용했던 경력직 채용을 정례화했다. 매달 1~10일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는 ‘월간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이버 이직을 고려하는 경력 개발자들의 편의를 위해 채용 시기를 일정하게 못 박았다.

신입 공채 인력 중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전직할 수 있는 육성·채용 프로그램 도입도 눈길을 끈다. 전반적으로 개발자 인력풀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개발자 품귀 현상은 비단 IT 업계에 있는 일은 아니다. 산업 구조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통 업계도 개발자 모시기에 혈안이다. 모든 산업의 중심이 디지털로 재편되면서 개발자들의 선택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처우 개선 긍정적이지만

▷닷컴 버블 연상…후폭풍 우려

IT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개발자를 대우하는 풍조를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이른바 낙수효과 때문이다. 개발자 몸값이 오르면 더 많은 인재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 역시 적잖다.

당장 일부 기업은 개발자 보상에만 치우치다 보니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설명 없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상당 기업이 지금처럼 ‘무리수’를 던지면 전반적인 IT 생태계에 교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자 연봉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 내 구조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이에게 개발자에 대한 환상만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개발자가 매력적인 직업임은 분명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경쟁해야 한다. IT 기업은 근속 연수가 무척 짧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평균 근속 연수는 6년 미만이다.

이는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최대 고민 중 하나이지만 최근 연봉 올리기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분위기에서 이 같은 단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자라는 직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발자는 역량에 따라 처우가 극명하게 달라진다.

일부 단순히 프로그램만 짜는 업무(코딩)를 담당하는 사람도 개발자다. 또 알고리즘을 짜는 능력부터 수학과 통계학 지식을 습득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인력 역시 개발자로 분류된다. 당연히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게임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개발자 연봉 인상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는 일부 사례일 뿐”이라며 “여전히 노동 시간 대비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문제로 고생하는 개발자가 많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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