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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개발자 10명에게 들어보니..비전공자도 OK, 평생공부는 '부담'

나건웅·김기진·반진욱 입력 2021. 04. 28. 22:57 수정 2021. 04. 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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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경쟁적인 연봉 인상으로 ‘개발자 열풍’이 불어닥친 요즘. 정작 개발자와 관련해 알려진 정보는 극히 일부다.

개발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고민을 할까.

현업에 종사하는 개발자 10명에게 직접 물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개발자인 이들은 근무 환경도 각양각색이다. 토스, 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등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개발자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기업 임직원도 있다. 과거 유명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다 최근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40대 개발자도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그들은 어떻게 개발자가 됐나

▷전공·고액 연봉 포기하고 ‘입문’

모두 ‘개발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0명 모두 달랐다. 어릴 때부터 ‘개발자’를 꿈꾸고 준비해온 사람이 있는 반면, 현재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뒤늦게 개발자 공부에 뛰어들어 취직에 성공한 사람까지 다양했다.

토스 서버 개발자 김현준 씨(27)는 일찌감치 ‘개발자’로 진로를 정한 사례다. 어릴 때부터 워낙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전공을 선택할 때도 고민 없이 ‘컴퓨터공학’을 택했다. 그는 학장 시절부터 실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IT 대기업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임청빈 씨(35)는 어려서부터 게임을 워낙 좋아했다.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학생 때부터 꿈을 개발자로 정했다. 현재는 게임 업계에서 근무하지는 않지만 코딩 자체에 흥미를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일을 하다 회의감을 느끼고 전업한 개발자도 많다. 인터뷰에 응한 10명 중 4명이 개발과는 무관한 직장에서 이직한 케이스다.

고교 졸업 직후 홈쇼핑 고객센터에서 일하다 3년 전부터 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근무 중인 김지원 씨(가명·23)는 “민간 코딩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등 교육 채널이 늘어나면서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도 증가하는 모습이다”라며 “전에 하던 일이 워낙 적성에 안 맞아 다른 직장을 찾던 중 코딩 교육기관 코드스테이츠에서 엔지니어링 코스를 수료한 후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개발직에 뛰어든 이도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영훈 씨(34)는 “한 외국계 주류 회사에서 연봉 8000만원 이상 받고 일을 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은 일을 하다 보니 지루해져 회사를 때려치우고 목수로 일을 하기도 했다. 늘 새롭고 신체적 위협도 없는 직업이 뭘까 찾아보다가 개발자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 할 것”

▷꼰대 없고 철저한 역량 평가 ‘만족’

인터뷰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직업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았다.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준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어도 개발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답이 주를 이뤘다.

박영걸 직방 CTO(부사장). <직방 제공>
박영걸 직방 CTO 부사장(41)은 “개발이 직업이자 취미일 정도로 적성에 맞는다.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직업이다.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스펙이나 나이보다는 성과·역량 위주로 평가하는 문화가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12년 차 개발자 김영한 씨(가명·39)는 “개발자 대부분 유연하고 합리적인 분위기를 추구한다. 다른 업계에 비해 ‘꼰대’가 적은 편이다. 개발자는 야근을 자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 다르다. 업무 일정을 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주어진 일을 약속한 기간 안에만 끝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개발자만의 특권이다. 당근마켓에서 일하는 6년 차 개발자 변규현 씨(32)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 그때는 5분이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도, 반드시 출근을 해야 처리할 수 있었다. 개발자가 된 후에는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당근마켓에서 일하는 서버개발자 변규현 씨. <최영재 기자>
소비자에게 결과물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고 바로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김현준 씨는 “오늘 만든 서비스가 내일이면 바로 전 세계 고객에게 전달된다. 생산 시설을 짓고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 제조업과 다르다. 소비자 반응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이직이 쉽고 창업이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

임청빈 씨는 “퇴사 이후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을 적게 들여 창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킨집을 열려면 가게 임대료와 주방 설비, 인건비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개발자 창업은 다르다. 코딩은 컴퓨터만 있으면 할 수 있고 소액의 서버 이용료 정도만 내면 창업 준비 끝”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스트레스 없는 직업은 없을 테다. 김현준 씨는 “토스 서비스는 24시간 운영된다.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 휴가를 내고 쉴 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토스 소속 서버 개발자 김현준 씨. <토스 제공>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변규현 씨는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개인 시간의 50% 정도를 업무 관련 자기 개발에 쓴다.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새 언어를 배우거나 코딩 관련 글을 읽는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에서 프론트엔드를 담당하는 10년 차 개발자 김정환 씨는 “최소 매일 프로그래밍 관련 아티클(문건) 두 개를 읽고 스크랩한다. 기술 관련 책도 매달 한 권씩 본다. 2014년부터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글을 올리는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온라인 강의도 만든다”고 말했다.

비전공자 김지원 씨 역시 “실무를 하다 보니 컴퓨터공학 전공 지식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자주 겪어 올해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다. 회사와 집이 멀어 출퇴근에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4시간 동안 방송통신대 강의를 듣고 코딩에 대한 글을 읽는다”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순수 개발 외적인 업무가 많아 힘들다’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는 최경민 씨(가명·41)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 프로그래밍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 텐데 오산이다. 현재 조직이나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미팅과 협업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다. 생각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발자,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백발 엔지니어 어려워…목적 의식 중요

한때 ‘개발자’라는 직업은 20~30대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나이가 들수록 기술 트렌드에 뒤처지고 머리 회전(?)도 상대적으로 둔해져 40대에는 은퇴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IT 버블’이 끝난 2000년대 초에는 ‘개발자 종착지는 결국 치킨집’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업계 ‘정설’처럼 떠돌기도 했다.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실제 ‘개발자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관리직이 아닌 ‘순수 프로그래머’로서 50세 개발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기업 입장에서 나이 많은 개발자는 임금 대비 효율, 즉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청빈 씨는 “경력이 긴 개발자에게는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그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바에는 싸고 어린 친구들을 채용하는 편이 이득이다. 실리콘밸리처럼 개발 수요가 넘쳐나지 않는 한 단순 프로그래밍을 하는 백발 엔지니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씨 역시 “선배들을 보면 40대 중반까지는 개발자로 재직하다 후반에는 직접적인 개발 직군에서 물러나 관리·기획 업무를 맡거나 교수 등 다른 직종으로 이직이 잦다. 나는 ‘젊을 때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자’는 원칙을 세웠다. 가능하면 딱 40세까지만 개발 일을 하고 이후에는 편한 노후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영걸 CTO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견고해지면서 나이 많은 개발자도 할 일이 늘었다. 직방에는 50세 현직 개발자도 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는 개발자의 경우에는 은퇴할 때까지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직방에서 은퇴하는 개발자가 나오는 것이 직방 목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크래프톤에서 근무 중인 서민식 씨(가명·43) 역시 “경력자들이 많아지면서 프로그래머 연령도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나 또한 40세가 훌쩍 넘었지만 은퇴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년퇴직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상상이 잘 안 가지만 최소 50세까지는 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생 개발자’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근로자’로서 개발자 수명은 짧지만 퇴사 후 프리랜서나 창업자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리랜서 개발자 최경민 씨는 “주니어 개발자와 시니어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다르다. 단순히 코딩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나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등에서 차이가 크다. 후배 개발자를 이끌어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알아서 일하는 노련한 개발자에 대한 수요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최근 너도나도 코딩 공부에 뛰어드는 ‘개발자 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발 업무 전반에 대한 관심,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변규현 씨는 “개발직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전공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수준 수학을 기초로 충분히 시작 가능하다. 오히려 문과 출신 개발자가 더 실력이 좋은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 이력만 잘 쌓으면 커리어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코딩 공부도 중요하지만 명확한 목적 의식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 김현준 씨는 “결국 만들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코딩 공부를 한다. 목표가 없다면 찾아야 한다. 특정 기술을 다 배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작은 프로젝트라도 시작해서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적성에 맞는지’다.

“억대 연봉 등 언론에 비쳐지는 개발자의 화려한 면만 보고 뛰어든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인 데다 나중에는 공급 과잉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이 일반직처럼 변할 날도 올 수 있다. 그때 가서 ‘적성에 안 맞는다’ 후회하지 말고 본인이 정말 개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임청빈 씨의 생각이다.

[나건웅·김기진·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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