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상자 뜯으니 황금열쇠..수원 집창촌 '악덕 3남매'의 128억 [영상]

채혜선 2021. 4.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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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역 부근 성매매 집결지에서 수십 년간 성매매 업소 여러 곳을 운영하며 백억 원대 수익을 올린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불법 수익을 감추려 수입을 몽땅 현금화하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대물림한 성매매 업소로 128억 챙긴 가족

혐의를 받는 삼 남매 등이 업소 등에 숨겨둔 금고를 소방관이 전기톱으로 자르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 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처벌에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삼 남매와 이들의 배우자 등 5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50대 A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관련 혐의를 받는 이들 남매 가운데 막내(남)다. 함께 구속된 B씨는 셋째(남)의 부인이다. 이들 가족은 199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3년 동안 수원역 부근 집창촌에서 업소 5곳을 운영하며 128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빚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선불금을 주며 성매매를 하도록 유인·권유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휴무를 제한하거나 몸이 아픈 종업원에게도 성매매를 강요했다. 손님이 몰리는 금·토·일 요일에는 여성 종업원 한 명이 10~20회에 이르는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불법 수입 감추려…우르르 쏟아진 귀금속

귀금속을 숨겨둔 정황. 10돈 황금열쇠는 껌 상자 안에 있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들 가족이 운영한 업소는 2019년 사망한 어머니가 수십 년 전부터 영업해오던 곳이다. 지난달 19일 경찰이 성매매 업소와 이들의 주거지 등 9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현금 4800여만원과 황금열쇠 1개(금 10돈) 등 총 7200만원에 이르는 귀금속 64개 등이 나왔다. 영업 장부나 “윤락 지역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있다” 등과 같은 문구가 적힌 차용증도 함께 발견됐다.

압수수색 물건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수십 년 동안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 과거에 윤락행위처벌법으로 1~2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범죄인 걸 인식하고 있어서 수익이 생길 때마다 귀금속으로 바꾼 것 같다”며 “성매매도 전부 현금으로 하기 때문에 현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들은 조사에서 황금열쇠 등을 좋아해 모은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불법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귀금속이 상당히 많이 나온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찰이 공개한 압수수색 당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선물 상자나 껌 상자 등에 귀금속 등을 숨겨뒀다.


칸마다 쪼개진 금고, 알고 보니

경찰에 따르면 각 칸이 성매매 여성을 뜻한다. 여성에게 손님이 오면 그 칸에 돈을 넣는 식이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특히 압수수색에서 8칸으로 쪼개진 금고 형식의 가구도 나왔는데, 이는 이들의 성매매 업소 운영방식을 보여준다고 경찰은 전했다. 각 칸이 성매매 여성들을 뜻하고, 손님이 와서 화대를 내면 이 칸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자물쇠로 이 가구를 잠가둔 업주들은 오전마다 각 칸에 모인 돈을 걷은 후 특정 은행으로 가서 수백만원을 입금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금융계좌 435개를 분석해 수익 128억원을 확인했다”며 “이 가운데 불법 영업 수익금 62억원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을 신청한 결과 법원에서 인용 결정됐다”고 말했다. 추징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특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양도·매매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동결하는 조치다.

한광규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의 탈성매매를 지원하는 등 앞으로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성매매 범죄 근절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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