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 없다면 남들보다 빨리"..정부 '탄소중립' 속도전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지난해 11월3일 TV 흑백화면 속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화면 속 문 대통령 앞에 놓인 탁상시계는 현재 지구환경 위기 시간을 나타내는 오후 9시 47분을 가리켰다. 1992년 환경위기시계는 오후 7시 49분이었지만, 위기가 더해감에 따라 시계는 더 늦어지고 있다. 더이상 늦출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길이라면 선제적이고 과감한 탄소중립 정책의 속도감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드러냈다.
정부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당장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한 범정부 추진조직부터 빠르게 구성하고 있다. 위원만 100명 수준으로 꾸려지는 매머드급 민관 범정부 추진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가 다음달 출범을 앞두고 있다.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분야인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에도 에너지 차관 신설을 계기로 100여명 이상의 인력충원을 추진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탄소중립 추진은 차기 정권 이양시에도 추진동력을 잃지 않도록 기반마련에 집중하는 한편 핵심 국정과제에 행정력을 집중함으로써 혹시모를 레임덕(권력누수) 위험을 최소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비롯해 향후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에 대한 국가 비전 마련, 탄소중립 이행계획 수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다룰 예정이다. 위원회는 일단 다음달 초 1실 5국 15과 체제 사무처 조직으로 출범한다. 국회 인준 절차 등을 거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초대 위원장을 맡게 된다.민간위원 가운데 호선된 1명도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게 되며 간사위원은 국무조정실장이 맡는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국무위원도 참여한다. 여기에 민간위원 위촉까지 감안하면 위원만 최대 1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사무처 직원 등 포함하면 약 140명 규모의 매머드급 위원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탄소중립 체계로의 전환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세 도입 등 기후대응기금 재원마련 방안 마련과 함께 탄소 배출을 줄임에 따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석탄발전,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기업과 근로자 등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검토한다.
산업부는 에너지 차관 신설에 맞춰 조직 확대개편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현행 1실 3과 1단 17과로 구성된 에너지 전담 조직을 2실 6과 27과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존의 에너지자원실을 에너지전환실과 에너지산업실로 나누고 지금까지 한시조직이었던 신재생에너지정책단을 키워 수소국, 재생에너지정책국으로 분리 정규조직화한다. 이같은 조직개편에 따라 산업부는 최대 105명 가량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 추진 속도전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탈원전 정책 추진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탄소중립 과제를 정권말기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당장 산업부 에너지 차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이미 돌이킬수 없는 대세 "라며 "정부가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흔들림 없는 추진기반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사이고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정권 말에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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