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원 짜리 냉장고요? 열흘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김승한 2021. 5. 1.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셰프컬렉션 냉장고가 전시된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 더 현대 서울점. [사진 = 김승한 기자]
"주문이 밀렸네요. 지금 구매해도 열흘 뒤에나 받아 볼 수 있어요."

5월을 하루 앞둔 4월 30일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 더 현대 서울점. 재고를 확인한 직원은 "지금 수요가 많아 오늘 구매해도 5월 10일 제품이 출하될 수 있습니다. 당장 제품을 받고 싶으면 다른 제품을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1300만원짜리 냉장도 얘기다.

다들 불황이라지만 가전제품에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1300만원짜리 냉장고 수요가 얼마나 많을까 싶었지만 고가 가전은 어느새 대세가 돼 있다는 것이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시간이 늘어나고 보상 소비심리까지 더해지며 가전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외출이 줄고 또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여윳자금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

◆비스포크·오브제 수요↑...인기제품 2주 기다려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거 공간은 먹고 자는 곳을 넘어 개인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가전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인테리어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집안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도록 디자인을 강화한 라인업으로 2019년 6월 삼성전자가 선보였다. 이후 삼성은 전자레인지, 인덕션, 식기세척기등에도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비스포크 냉장고는 전체 비스포크 가전 출하량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출시 6개월 만에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50%를 넘어섰고, 작년 말 기준 약 67%를 차지하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날 삼성 매장에서 한 매니저는 비스포크 냉장고 중 인기 있는 색상과 모델의 경우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삼성 매장 직원은 "판매가는 400만~500만원 정도하는데, 인기 색상은 최초 5일 최대 2주 정도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LG 베스트샵 더 현대 서울점에 전시된 LG 오브제 냉장고. [사진 = 김승한 기자]

경쟁사인 LG전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층에 위치한 LG 베스트샵도 400만원대 오브제 냉장고를 지금 구매하더라도 인기 색상의 경우 2주 뒤에 받아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LG베스트샵 한 직원은 "올 들어 고가 가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오브제 냉장고 실버 스테인리스 제품은 생산 문제를 떠나 주문이 많아 2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하이프라자 관계자는 "400만원대 오브제 냉장고와 더불어 200만원대 김치냉장고도 인기가 많다"며 "가전제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일부 신제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뿐만 아니라 LG 올레드 TV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적당한 가격에 저렴하고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LG 직원은 2020년 모델 65인치 올레드 TV를 보여 줬다. 가격대는 330만원 정도였다. 이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하니 확인 결과 재고가 없어 구매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싼 제품 잘 팔린 덕에…실적도 쑥쑥

이 같은 호황에 힘입어 가전업체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9일 1분기 실적발표를 실시한 삼성전자는 CE(소비자가전)부문 영업이익이 1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의 경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이며, 1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 3분기(1조5600억원) 이후 2분기 만이다. 삼성전자 측은 "가전 펜트업 수요 지속과 프리미엄 TV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며 "비스포크 제품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펜트업 수요란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되는 것을 뜻한다. 같은 날 실적발표를 한 LG전자 역시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역대 사상 최대인 919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3.7%에 기록했다. LG전자 측은 "LG 오브제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