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생명보다 우선?" 간호사 파견 요청에 반발 확산

김소연 2021. 5. 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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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일본간호협회에 올림픽 기간 중 간호사 50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도 트위터에서 "의료붕괴가 일어나고 있는데 올림픽에 간호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코로나 대책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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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올림픽 파견은 곤란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 달기 트위터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일본간호협회에 올림픽 기간 중 간호사 50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단체는 “파견 요청을 재검토하라”고 성명을 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아이치현의 ‘의료‧간호‧복지 노동조합 연합회’가 지난 28일부터 시작한 ‘간호사의 올림픽 파견은 곤란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 달기 ‘트위터 시위’는 2일 닷새 만에 33만명을 넘어섰다. 트위터 시위엔 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인, 정치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 간호사는 트위터에 “환자를 돕고 싶어 간호사가 됐다”며 “현장의 환자를 두고 올림픽에 파견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글을 올렸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도 트위터에서 “의료붕괴가 일어나고 있는데 올림픽에 간호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코로나 대책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달 9일 간호협회에 올림픽 대회 기간에 자원봉사 차원에서 간호사 50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공문을 보낸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인들은 코로나 장기화에 백신 접종으로 현재도 인력이 부족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중증 환자 대처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며 “간호사들이 코로나에 걸려 그만두거나 임신 중 야근을 강요받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현장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의료인 노조 관계자는 이 신문에 “지금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큰 일”이라며 “간단히 500명이라고 말하지만 의료 현장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간호사의 올림픽 파견은 곤란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 달기 트위터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일본의료 노동조합 연합회도 지난 30일 성명을 통해 “올림픽 개막 전까지 코로나 감염 확대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환자와 간호사의 생명‧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올림픽 개최를 고집해야 하는지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간호사 파견에 대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안이한 발언도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 30일 기자단에게 “쉬고 있는 사람(간호사)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0명 파견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코로나 상황은 심각하다. 이달 11일까지 도쿄, 오사카, 교토, 효고 등 4개 지역에 세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됐지만 감염자가 줄지 않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긴급사태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도쿄 등 계속 증가하면서 1일 595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8일 5792명, 29일 5913명, 30일 4684명 등 아직 감소세로 접어들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의료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11일까지 코로나 확산이 진정될 수 없다”며 “연장은 불가피하고, 보다 넓게 휴업 요청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올림픽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다무라 도모코 공산당 정책위원장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올림픽에 코로나 검사와 의료가 집중되면 국내 코로나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올림픽 중단을 포함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도 최근 “올림픽의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제3의 기관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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