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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도 없는데 끝없이 밀려드는 수출 화물.."이런 수출대란은 처음"

강경민 입력 2021. 05. 02. 17:44 수정 2021. 05. 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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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물류 마비'
해운 화물대란 겪는 부산신항 4부두 가보니..
부두마다 화물 빼곡..코로나 직전보다 두 배나 높게 쌓아놔
밤샘 하역에도 소화 못해 화물차주들 결국 민간창고에 보관
물동량까지 급격히 늘며 연쇄 지체..입항 차질로 선박 대기도
< ‘최대 높이’ 6단까지 쌓은 컨테이너 > 지난달 30일 부산신항 4부두 야드에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수직으로 올릴 수 있는 최대 높이인 6단(15m)까지 겹겹이 쌓여 있다. 부산=신경훈 기자


지난달 30일 부산신항 4부두(HPNT) 화물터미널 선석(안벽) 한쪽엔 1만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HMM 넵튠호가 정박해 있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넵튠호의 목적지는 미국 서부 해안의 대표 항만인 롱비치항과 오클랜드항. 당초 지난달 28일 입항 예정이었지만 다른 선박의 하역작업이 지체되면서 이틀간 인근 해상에서 대기했다. 나머지 두 곳의 HPNT 안벽도 뒤늦게 입항한 대형 컨테이너선의 하역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4부두 건너편에 있는 1·2부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쉴 틈조차 없는 하역작업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화물대란으로 국내 최대 무역관문인 부산항의 물류가 마비 직전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수요 증가로 화물 수요가 넘쳐나면서 부산항이 소화할 수 있는 수용역량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선박) 부족으로 촉발된 물류 마비가 ‘수출화물 적체→선적 지연→입항 차질’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수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2006년 개장한 부산신항은 총 5개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갖추고 있다. 국내외 대형선사들은 모두 부산신항을 거점으로 두고 있다. 부산역 인근 부산북항은 인근 해역을 오가는 중소선사가 이용한다. 국내 유일의 대형선사인 HMM은 싱가포르 항만 운영사인 PSA와 함께 각각 지분 50%를 투자해 4부두를 운영하고 있다.

축구장 면적의 63배에 달하는 4부두 야드의 컨테이너 수용능력은 5만3755TEU. 20피트 컨테이너 5만3755개를 쌓아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컨테이너를 나르는 야드 크레인 높이를 감안하면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쌓을 수 있는 최대 높이는 6단(약 15m)이다. 부산항만 관계자는 “코로나19 직전엔 대개 3단 정도만 쌓였다”며 “올 들어선 컨테이너가 넘쳐나 야드 곳곳에 6단으로 쌓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의 컨테이너 수용여력을 나타내는 장치율은 지난달 기준 포화상태인 90%대까지 치솟았다. 부두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장치율 70%를 훌쩍 뛰어넘었다. 장치율이 높아지면 하역작업이 지체돼 생산성이 낮아진다. 화주로서도 컨테이너를 부두가 아니라 물류센터 등 다른 곳에 보관해야 해 물류비가 늘어난다.

하역작업은 1년 중 이틀(설·추석)을 제외한 363일간 밤낮없이 이뤄진다. 화물기사가 항만에 컨테이너를 내려놓으면 야드 트랙터가 컨테이너를 정해진 구역에 갖다놓는다. 야드 크레인은 이를 들어 안벽 부두에 내려놓는다. 이어 안벽 크레인이 배 위로 컨테이너를 싣는 방식이다. HPNT 관계자는 “600여 명의 근로자가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화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물류창고에 쌓이는 화물

HMM이 운영하는 4부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무인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야드 크레인 등에 사람이 타지 않는 자동화율이 95%에 달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화율이 낮은 미국과 유럽 항만에선 하역 작업이 몇 주가량 지연되는 건 부지기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예전보다 근로자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미국 서안의 대표 항만인 롱비치항 앞바다엔 컨테이너선 수십 척이 자신의 하역순서가 돌아오기까지 평균 2주가량을 대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노선의 해상운임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산신항은 통상 이틀가량 인근 해상에서 대기한다.

해외 선사들의 ‘코리아 패싱’도 컨테이너 적체를 부추기고 있다. 화물대란이 본격화된 이후 해외 선사들은 부산항에선 대기업들의 장기계약 물량만 싣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폿(단기계약) 물량은 운임이 더 비싼 중국에서 가득 채운다. 배에 미처 싣지 못한 중소기업의 화물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신항 부두에 화물을 쌓아 놓을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대부분의 운영사는 선박이 접안하기 1주일 전에만 화물 반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부두에 들어가지 못한 적컨(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은 부두 외부에 있는 민간 물류센터에 보관해야만 한다. 인근 물류센터 외부 창고엔 미처 부두에 들어가지 못한 적컨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류센터로 향하는 화물차주들의 차량 행렬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물류센터를 자체 운영하는 대형 화주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중소기업 화주들은 비싼 보관료를 내고 민간 물류창고에 컨테이너를 보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박 회전율까지 급감해 항만 물류가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다”며 “배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눈물을 머금고 수출을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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