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엔 원자력이 필수..'그린 수소' 로드맵 다시 짜야

세종=양철민 기자 2021. 5. 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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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탄소중립 길 잃은 신재생]
<중> 원전 없이는 '수소경제'도 없다
2019년 기준 원자력 발전단가
1kWh당 58.31원 가장 저렴
원전 기반 '초고온가스' 이용땐
수소가격 3분의1 수준으로 뚝
탄소제로 '그린수소' 확보 위해
美·英처럼 원전 적극 활용을
[서울경제]

“현재 탄소 없는 발전 방식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둘뿐이지만 신재생은 기후나 날씨에 따른 발전량 변동 폭이 큽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 장비를 꾸준히 가동하면서도 탄소 배출이 없게 하려면 원자력이 필수입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신재생과 원자력은 ‘2인3각’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는 해외 수소 수입이나 대규모 수전해 플랜트를 통한 수소 확보 방안만 보일 뿐 원전을 활용한 수소 확보 방안은 없다. 미국·영국·일본 등이 발전 원가가 낮은 원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확보 로드맵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그레이(grey) 수소,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면 블루(blue) 수소로 분류된다.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신재생이나 원전 등을 활용해 아예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2일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며 2019년 기준 원자력발전 정산단가는 1㎾h당 58원 31전으로 주요 에너지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하다. 실제 원전의 발전 단가는 2016년 1㎾h당 67원 91전에서 2018년 62원 10전으로 떨어지는 등 단가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반면 정부가 밀어붙이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2019년 1㎾h당 99원 98전으로 2016년(88원 6전) 대비 10% 넘게 뛰었다. 특히 대형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비율(RPS)에 따라 신재생 사업자들에게 별도 지불하는 비용은 2016년 1조 1,811억 원에서 2019년 2조 2,422억 원으로 2배가량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신재생 1㎾h당 발전 단가는 원전 대비 4배가량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원전과 신재생의 발전 단가 차이는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시 가동 중인 원전의 발전 단가는 1㎿h당 32달러(중간 값 기준)에 불과한 반면 소규모 태양광(126달러), 바이오매스(118달러), 바닷가 근처 풍력(88달러) 등은 원전의 3~4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확보를 위해서는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태양광발전의 발전 이용률이 1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태양광을 통해 수전해 장비를 가동할 경우 수소 생산 단가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반면 원전은 상시 가동이 가능한데다 발전 이용률이 85% 이상이라는 점에서 태양광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단계 기술 수준을 높인다면 원전 기반의 ‘초고온가스로(HTGR)’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HTGR로 생산한 수소 가격은 기존 수전해 방식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탈원전’ 기조를 천명한 후 원전을 활용한 수소 확보 등의 로드맵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배제됐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전을 통한 수전해는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추진될 수 없다”며 “HTGR을 통한 수소 확보나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활용한 방법에 대해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사실 현 정부의 기조상 연구 단계부터 추진이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토로했다.

해외에서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원전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킨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수소 프로그램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기존 원전 발전을 활용해 그린수소 가격을 1㎏당 2달러 수준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미국수소연료전지협회(FCHEA)는 지난해 8월 ‘미국 수소경제를 향한 로드맵’을 공개하며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 발전 단가를 오는 2030년까지1㎿h당 20달러 수준으로 낮춰 저탄소 수소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 원자력산업협회는 2050년에는 12~13GW 규모의 원자력발전을 활용해 연간 75TWh급의 수소를 양산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 또한 지난해 11월 ‘10포인트 그린 플랜’을 공개하며 원자력 및 수소에너지 보급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현재 원전을 활용한 수전해 방식 대비 한층 진일보한 기술인 HTGR나 SMR 개발 등을 통해 수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는 원전을 통한 고온가스로를 개발해 2040년 시험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해 현재 6% 내외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수소 로드맵은 2022년까지 그레이 수소에 의존하는데다 영국이나 미국이 원전을 이용한 수전해 계획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아직 이에 대한 계획조차 없다”며 “원전을 활용한 친환경적인 생산 로드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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