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탓에 나라 전체 정전..징역 3년 금지법도 생겼다

오로라 기자 2021. 5. 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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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작업에 컴퓨터 수만대 동원
열 식히려 냉방장치까지 풀가동
1년 전기사용량, 스웨덴보다 많아
화력발전 늘리는 '21세기 석탄'
세계채굴 65% 中도 규제 움직임
"환경논란이 가상화폐 억누를수도"
중국 충칭의 비트코인 채굴 업체 ‘랜드마이너’에서 비트코인 채굴용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다. /뉴시스

흑해 연안의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은 지난달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 5월까지 모든 가상 화폐 채굴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기 소모량이 큰 비트코인 채굴장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인구 24만명에 불과한 이 나라(현재 미승인국)는 전기 사용료가 1킬로와트시(kWh) 당 0.01달러(약 11원)로 저렴하다. 킬로와트시당 107원(2020년 산업용전력 기준)인 한국의 10% 수준. 이 때문에 러시아와 조지아 같은 주변국에서 몰려든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무려 625곳에 이르렀고 야간에 1~2시간 동안 전국 전력 공급을 차단해야 할 정도로 전기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각국 금융 규제 당국이 가상 화폐 투기 열풍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가상 화폐가 세계 곳곳에서 환경 문제 주범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수천, 수만 대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가동하고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까지 필요한 가상 화폐 채굴이 전기 요금이 싼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만연하면서, 그로 인한 전력 소모량(133테라와트시·TWh)이 말레이시아나 스웨덴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그 폐해가 커지자 아예 가상 화폐 채굴을 단속하거나 금지하는 나라도 속출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그 어떤 방식보다도 많은 거래당 전기를 소비한다”며 “거래마다 평균 이산화탄소 300kg을 생산한다”고 비판했다.

◇가상 화폐 채굴 대국들, 전력난에 ‘화들짝’

비트코인 채굴 연간 전기 사용량

가상 화폐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는 가상 화폐 가격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폭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채굴 공장들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참여자가 많을수록 채굴 효율은 낮아지고, 업자들은 더 많은 컴퓨터를 동원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가장 놀란 것은 전 세계 65%의 비트코인 채굴 공장이 밀집한 중국이다. 중국은 전체 전력의 60% 정도를 화력 발전으로 생산한다. 최근 중국 정부 산하 중국과학원은 “비트코인 채굴을 이대로 둔다면 2060년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국가적 목표에 차질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의 채굴 공장은 신장·내몽골 등 지역에 집중돼 있다. 가장 큰 비트코인 채굴공장에는 2만5000대의 채굴기가 24시간 작동하며, 전기사용료만 한 해 1억위안(약 173억원) 넘게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몽골 정부는 지난달 “원래 올해 화력 발전용 석탄 증가 폭을 3000만t 이내로 조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채굴 공장 성행으로 목표의 6배에 달하는 1억8000만t을 더 쓰게 될 것 같다”며 지역 내 모든 채굴 공장에 영업정지령을 내리고 나섰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순위 6위인 이란도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채굴 공장 때문에 대규모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월 1620개의 가상 화폐 채굴장을 전력 소비 과다의 이유로 강제 폐업시켰다.

◇'환경 파괴' 논란, 가상 화폐 가격 상승 시킬까

전문가들은 가상 화폐를 둘러싼 환경 부담 논란은 일시적으로 가상 화폐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비트코인이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앞둘 때마다 가격이 오르듯이, 시중에 유통되는 가상 화폐 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비트코인 채굴장에서 직원이 채굴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 이슈가 블록체인 기술 확산을 억누르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요즘은 비트코인과 달리 전력을 덜 쓰는 방식을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며 “규제 당국이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는것을 시장은 악재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화폐 업계에선 환경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해서 채굴한다’는 ‘그린 코인’도 내놓고 있지만 규모에서는 미미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채굴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원장과 데이터를 여러 컴퓨터에 분산 저장하는 과정에서 각 컴퓨터의 계산 능력, 저장 공간을 사용하는 대가로 가상 화폐를 지불한다. 대량의 서버를 동원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가상 화폐를 벌어들이는 작업이 가상 화폐 채굴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용자가 많을수록 채굴을 위한 전기 소모량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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