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에도 몸 낮추는 삼성·하이닉스.."2018년만큼 돈 못 번다"

윤진우 기자 2021. 5.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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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업익 삼성전자 30조, SK하이닉스 13조 전망
큰 폭 성장에도 2018년 못 미칠 듯
슈퍼사이클 짧아지며 급격한 가격 상승 막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있는 반도체 생산 라인 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반도체 가격의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이 2018년 슈퍼사이클 때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대 30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18조8100억원과 비교해 60% 증가한 숫자다.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올해 2분기에 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후 3분기부터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예상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대 1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5조126억과 비교해 160%가량 늘어난 규모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올해 2분기 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하반기부터는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8일 임직원 대상 사내방송에서 “올해 당사에 대한 증권사의 영업이익 최대 전망치는 13조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전달 대비 26.67% 급등했다. 2017년 1월 35.8%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버용 D램 가격도 같은 기간 15~18% 뛰었다. 메모리카드와 USB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역시 8.57%가 상승했다. 낸드 가격이 오른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삼성전자 서초동 삼성딜라이트 모습.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PC용 D램 가격이 8% 더 상승하고, 3분기에도 3~8%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낸드 가격 역시 고객사의 수요와 공급사의 제품 변화 등으로 2분기부터 꾸준히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연간으로 보면 가격 상승폭은 2018년 슈퍼사이클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체 D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물량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 MS, 구글 등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이미 막대한 투자를 집행한 만큼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2017년(삼성전자 35조2000억원, SK하이닉스 13조7213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은 거둘 수 있겠지만, 2018년 수준에 도달하거나 넘어서는 것은 힘들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8년 각각 44조5700억원, 20조843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최근 ‘반도체 산업 중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D램 가격은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제약되면서 전반적으로 오르겠지만, 지난 2018년 슈퍼사이클과 같이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2018년에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한 번에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이번에는 학습효과로 과거와 비교해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라고 했다.

2018년 슈퍼사이클은 클라우드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서버 D램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32GB(기가바이트) 서버 D램의 가격은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2016년 12월 175달러(약 19만4500원)에서 1년 8개월 만인 2018년 7월 317달러(약 35만2600원)로 81%가 급등했다. 반면 이번 슈퍼사이클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일명 ‘펜트업(pent-up·억눌림)’ 효과와 일부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제약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버 D램 가격이 내년까지 최대 50%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클린룸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여기에 반도체 슈퍼사이클 주기가 짧아진 점도 단기간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업체들의 수익성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미국 대통령 선거(4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 업데이트 주기(3년) 등에 따라 약 4년 주기로 발생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반도체 수요처가 다양해지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이 늘어나면서 슈퍼사이클 주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제품 교체 주기에 빠른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 후반부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슈퍼사이클 주기는 약 2년으로 줄었다. PC용 D램(DDR4 8Gb) 가격이 2016년 6월 2.94달러(약 3300원)에서 2년 만인 2018년 9월 8.19달러(약 9100원)로 정점을 찍은 뒤 10개월이 지난 2019년 7월 다시 2.94달러로 돌아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은 이번 슈퍼사이클에서 비껴갈 전망이다. 수요는 늘어나면서 전체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커져가겠지만, 단기간에 가격과 수요가 급증하는 슈퍼사이클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이미혜 연구원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하겠지만, 종류(약 8000여종)가 많고 가격 변동성이 적어 슈퍼사이클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라며 “파운드리 역시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곳이 TSMC와 삼성전자로 제한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과 가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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