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읽기] 마크롱처럼 제3지대?..'尹의 길'은 아니다

2021. 5. 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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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투표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거취에 대한 말이 많다. 정리하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야 한다’ ‘아니다 3지대에 있으면서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3지대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를 중요한 사례로 든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례가 우리나라에도 통용될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매우 힘들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현재 소속 정당은 ‘전진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이다. 대선 이전 이 정당 이름은 ‘전진(En Marche!)’이었다. 대선까지만 해도 ‘전진’은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직후에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310명의 의원을 당선시켰다. 단숨에 프랑스 하원에서 최대 의석을 보유한 정당이 된 것. 이를 기적 혹은 마크롱 대통령의 능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1875년 이래 프랑스 대통령 임기는 7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개헌을 통해 5년 중임제로 바뀌었다. 축소된 대통령 임기가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2년이다. 프랑스는 하원 임기도 5년이다. 즉, 대통령과 하원의원 임기가 각각 5년씩으로,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난 직후 하원의원 선거도 치러진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거와 총선 혹은 하원의원 선거가 같은 시기, 혹은 한두 달 간격을 두고 치러지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의회 내에서 다수당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유권자 선택 성향이 몇 달 만에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에서 아주 잘 증명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를 실시하는 국가다. 분권형 대통령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대통령과 수상이 각자 업무를 분담하고 각각 역할을 수행한다. 이원집정부제는 그러나 종종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다.

첫째 대통령과 수상의 업무 분담 모호성이다. 대통령은 외치(外治), 수상은 내치(內治) 전념으로 역할 분담을 했지만 내치와 외치의 경계가 모호한 사안이 다수다. 외국과 FTA를 체결할 때, 이것은 외교에 관한 문제임과 동시에 국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경계가 모호한 사안이 발생하면 대통령과 수상은 업무 영역을 두고 갈등할 수 있다.

특히 동거정부일 때 갈등이 매우 심해질 수 있다. 동거정부는 대통령 소속 정당과 수상의 소속 정당이 각기 다를 때를 의미한다. 실제 동거정부 당시 걸프전이 발발했는데, 걸프전에 프랑스군을 파병하느냐를 두고 대통령과 수상의 갈등은 극에 달한 바가 있다. 이원집정부제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두 번째 이유가 여기서 도출된다.

프랑스의 과거 역사를 보면, 동거정부가 드물지 않게 나타났다. 그러던 동거정부가 2000년 이후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현상이 됐다. 대선과 하원의원 선거가 두 달 정도 간격을 두고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의석을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던 ‘전진’이 단숨에 프랑스 하원 다수당이 될 수 있었고, 마크롱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마크롱이 3지대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프랑스 대선에는 결선 투표가 있다는 점이다.

2017년 5월에 있었던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율은 69.42%였다. 마크롱은 24.01%를 득표했다. 전체 유권자 대비로 환산하면 마크롱이 얻은 표는 16.67%에 불과했다. 이는 마크롱이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과 맞붙은 상대가 마린 르 펜이었다는 점이다. 마린 르 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 펜은 유럽에서 아주 유명한 인종주의자다. 마린 르 펜은 아버지보다는 융통성 있는 정치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프랑스라는 집의 열쇠를 프랑스인에게’라는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 극우 색채가 강한 정치인이다.

마크롱이 이런 극우 성향 정치인과 결선 투표에서 맞붙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마크롱과 르 펜, 두 사람이 결선 투표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거대 정당, 특히 사회당의 인기가 바닥을 쳤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상당수 유권자는 프랑스 정통 좌파인 사회당이 국민과 교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2017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이 1차 투표에서 겨우 6.4%를 득표해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결국 종합해보면 “마크롱도 싫지만, 르 펜은 더 싫다”는 당시 유권자 분위기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탄생한 셈이다.

프랑스와 우리의 경우를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대선과 총선을 엇비슷한 시기에 치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18대 총선은 예외다. 18대 총선은 2008년 4월 9일에 치러졌다. 이명박 정권이 막 출범한 직후, 그러니까 정권의 허니문 시기에 치러져 보수 세력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대선과 총선이 몇 달 차이로 치러지면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약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에는 다르다. 어떤 후보가 3지대에 머물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아주 빈약한 여당을 데리고 정치를 해야 한다.

프랑스와 우리의 또 다른 차이점은 우리나라 대선은 결선 투표가 없다는 점이다. 결선 투표제는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를 일정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유권자는 사표에 대한 큰 부담감을 갖지 않으면서, 당선 가능성보다는 자신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결선 투표라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제3후보가 좀 더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사표 방지 심리가 쉽게 작동한다. 따라서 막상 투표를 앞두고는 제3후보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에 마크롱 모델을 적용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결국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나가려고 한다면, 제1야당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입당을 선택한다면, 그 시기는 너무 늦지 말아야 한다. 시기가 늦어버리면 이도 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한 시간이 늦을수록 상대방 공격에 의해 상처를 많이 받을 가능성도 높다. 거대 정당의 ‘보호’ 없이는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윤 전 총장에게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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