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면역 도달 어렵다..독감처럼 돼 함께 살아야"

이우림 2021. 5.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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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 달성이나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면역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해 지구 위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코로나19는 독감처럼 돼 우리는 (계속)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백신 접종 사업의 목표는 바이러스의 근절보다는 입원ㆍ중증 환자를 줄이는 피해 최소화로 가야 하며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ㆍ고위험군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집단면역 달성 어렵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오 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집단면역의 정의부터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면 국민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말하는 집단면역은 예방 접종률이 70%에 달하면 달성되는데, 국민은 집단면역에 도달하면 코로나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벗고, 세계 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다고 믿으며 그날만 기다릴 거 같다. 그러나 70% 접종률에 도달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일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장은 그 이유와 관련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선 백신을 맞은 본인에게 나타나는 감염 예방 효과보다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는 2차 감염 예방 효과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예방 효과가 95%라고 하지만 여기서 백신 효과는 백신을 맞은 본인에게 나타나는 발병 예방 효과다. 집단 면역을 위한 면역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2차 감염 예방 효과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의 연구 데이터를 보면 백신을 1회 접종받았을 때 가족에게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효과는 대략 40~50%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후 섣불리 거리 두기 완화하면 재유행”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위원장은 “바이러스 전파를 결정하는 요소는 접촉 기회, 모임의 크기와 행위 등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연구 대상과 장소에 따라 0.7~6.3까지 매우 큰 범위에 걸쳐 있다”며 “그런데도 재생산지수 3과 접종률 70% 이상이라는 수치가 의심 없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갑자기 완화할 경우 다시 유행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위원장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 소장은 ‘정의 자체부터 모호한 집단면역 개념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70~85% 접종률 수치가 정확한 팩트인지 모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설령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감염 확산 위험이 곧바로 '0'이 되는 건 아니다. 섣불리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고령층과 고위험군은 집단면역 달성 이후에도 계속 위험한 상황 놓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독감처럼 토착화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오 위원장은 결국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와 비슷하게 토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면역력이 줄어든다는 점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한다는 점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숙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오 위원장은 “네이처가 전 세계 23개국에 있는 과학자 119명에게 코로나19 토착 가능성을 묻자 8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근절 가능하다는 의견은 39%였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선 “최근 유럽과 미국 질병 청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미국 질병청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백신을 다 맞은 사람은 야외에서 활동할 때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하다고 안내한다. 또 야외에서의 작은 모임이나 카페 등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하다고 한다”며 “아직 백신 집단면역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 내놓은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오 위원장은 “바이러스 근절보다는 중증과 사망 환자를 줄이는 등의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위험도는 나이가 올라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런 경향은 인플루엔자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가 인플루엔자를 근절하자고 모든 사람에게 백신 접종하지 않는다. 고위험군에만 접종해도 중환자, 사망 막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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