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치와 과학기술의 통섭과 르네상스

박지성 입력 2021. 5. 3. 16:01 수정 2021. 5. 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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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기술 패권 시대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공식화된 이후 초연결· 초지능 기술은 우리 주위에서 보기 어렵지 않다. 세계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지배하며 자국 안보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어느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초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인의 역량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는 종교와 문화의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문화혁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못지않게 과학기술에도 대변혁이 있었다. 연금술·화약도 의미 있는 변화였지만 가장 큰 변화는 항해술과 인쇄술이었다.

항해술은 미지 세계의 탐험을 가능하게 해 유럽 각국의 정치와 경제 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유럽 각국은 항해술과 조선기술을 발달시켰고, 신대륙 발견이 국가의 흥망을 결정했다. 대항해 시대에서 승리한 영국은 결국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며 대영제국이라는 패권을 차지하게 됐다.

인쇄술은 단기간에 많은 시민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해서 봉건시대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종교대혁명을 이룩하게 했다. 이성과 논리의 산물인 과학기술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분출할 수 있게 했기에 가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나라의 현재를 돌이켜보게 한다. 우리 사회는 광우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전자파, 삼중수소 등 논란에서 과학과 이성은 배제되고 선동 정치만 횡행했다. 과학계 최대 화두인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미신과 공포로 탈원전 정책에 묶여 있다. 세계는 원자력발전이 탄소중립에 가장 효율적 대안임을 인정하고 미국·프랑스·영국이 다시 원전을 도입하고, 중국과 일본 역시 원전 사업을 재개하고 있으며, 혁신형 소형 모듈형 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은 원전 공포의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사실이 있음에도 말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 진실을 전달한다고 과학기술인을 매도해 왔으며, 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너무 컸음을 지난날 탈원전 결과로 경험했다. 도처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공포와 갈등은 과학기술인·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은 미신과 공포를 이길 수 있는 최고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과학적 진실이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혁신 플랫폼'이 필요하다. 학회와 전문가의 소모임에서 벗어나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을 때 과학기술인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는 과학기술이 변화를 주도하는 대변혁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 정보, 부(富), 세대 간 등의 양극화로 사회가 혼란스럽다. 이것은 과학기술이 낳은 것인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낳은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정치적으로만 풀기엔 한계가 있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나타날 사회문제를 정치인과 함께 소통하면서 풀어 가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정치는 과학이다.” 전공 영역만 잘하면 사회에서 나름 대우받는 산업화시대에서 사회와 소통이 중요한 통섭 시대로 진입했다. 정치와 과학기술이 융합할 때 이상적인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1980년대 인식에 머물러 있고, 20세기에 만들어진 사회 제도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중국 등 패권국의 과학 기술 경쟁 속도를 추월할 수 있도록 정치·사회·경제·안보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미래 예측과 이해를 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일반 국민을 혹세무민할 수 있다. 차기 지도자는 적폐청산의 과거에 올인하기보다 '과학기술 강국이 미래'라는 비전 중심으로 기술 혁명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 주기를 희망한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yeungshik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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