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급 200만원 계약, 입금은 40만원..'청년 디지털 일자리 ' 부정수급 의혹

정대연 기자 2021. 5. 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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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법률사무소 근로계약서 이중 작성
통장 관리하며 정부 지원금 빼돌려
청년정의당, 4일 경찰에 고발키로
월급이 200만원으로 기재된 고용노동부 제출용 가짜 근로계약서(위 사진)와 월급이 40만원으로 기재된 실제 근로계약서

올해 1조원 넘는 예산이 책정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부정수급 의혹 사례가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정부 지원금을 빼돌리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고, 채용한 청년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청년정의당에 접수된 제보와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B법률사무소와 2가지 형태의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정부에 제출하기 위한 허위 근로계약서에는 6개월간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고 월급 200만원을 지급한다고 기재됐다. 업무 내용은 ‘법률정보 기초자료 오프라인 수집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다.

하지만 진짜 근로계약서는 따로 있었다. 진짜 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은 주 1일 8시간이고,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월급은 세후 40만원이다. 계약서에는 ‘급여 초과지급분은 당일에 반환함을 원칙으로 하고, 익일 18시까지 반환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A씨가 실제 수행한 업무도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법률 상담사례를 복사해 엑셀파일에 정리하는 일이었다. B사무소에서는 A씨에게 “상담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필요한 DB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B사무소는 A씨에게 급여용 통장을 새로 만들도록 한 뒤 이 통장을 자신들이 관리했다. 이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보면 지난달 30일 월급으로 179만여원이 입금됐다가 당일 대표인 최모 변호사 계좌로 139만여원이 이체됐다. A씨 실제 계좌로는 40만원만 이체됐다.

B사무소의 부정수급 사례는 A씨에게 국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무소의 고용보험 가입내역을 보면 전체 가입자 30명 중 대부분이 20대다. 가입시기는 3월 20명 등 모두 최근에 이뤄졌다.

A씨를 포함한 23~31세 청년 20명을 채용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승인을 받은 B사무소는 현재까지 2850만원을 지원받았다. 근로계약기간인 6개월 동안 지급받을 경우 지원금은 총 2억2800만원에 달한다.

B사무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소개된 C법률사무소의 구인광고 내용도 B사무소의 부정수급 정황을 뒷받침한다. C사무소는 지난 2월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에 게시한 구인광고에서 법률뉴스를 요약하는 6개월짜리 재택근무 “꿀알바”를 하며 월 4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꿀알바” 모집 해놓고…
청년 디지털 일자리 부정수급 의혹

모집대상은 20~33세로, B사무소가 정부 지원을 승인받은 수와 같은 20명이다. A씨도 이 광고를 보고 C사무소로 가 이 사무소 대표인 민모 변호사에게 면접을 봤지만 근로계약은 B사무소 대표인 최 변호사와 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민·최 변호사는 법률정보 제공 플랫폼 사업을 하는 동업자로 알려졌다. C사무소 등 민 변호사가 대표로 등록된 업체 4곳도 지난해부터 청년 66명을 채용해 지원금 7420여만원을 받았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은 정보기술(IT) 직무에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1인당 월 최대 190만원을 6개월까지 지원한다. 올해 대상인원만 11만명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허위 신청이 확인되면 지원금 환수 외에도 최대 5배의 제재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동료 변호사가 연락되지 않아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코로나19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기업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정의당은 4일 최·민 변호사 등을 경찰에 고발하고 노동부에 진정할 예정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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