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소비자에 '용서' 받을 수 있을까..오늘 대국민 사과

고영득 기자 2021. 5. 3. 22: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원식 회장, 4일 대국민 사과

[경향신문]

가족 마약·갑질로 두 차례 사과문…회사 존폐 기로, 이번엔 직접 나서
이광범 대표 ‘불가리스 사태’ 책임지고 물러나며 “오해…” 또 다른 논란
차기 회장 거론 장남 홍진성 상무는 회삿돈 유용 의혹 불거지자 해임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한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는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해임됐다. 8년 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을 촉발한 남양유업이 거듭 화를 자초하면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3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사내 e메일을 통해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세종시로부터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사전통보를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고발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자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식약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 측이 내놓은 사과문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식약처가 경찰에 고발한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남양유업 측은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남양유업 발표 당일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하며, (불가리스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한 점을 의식한 사과문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오해”라는 말로 불가리스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성과를 부풀려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비판에서 남양유업은 자유롭지 못했다.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전국 대리점주들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 퇴진과 대리점 정상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결국 홍 회장이 4일 오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사태가 발생한 지 21일 만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의 입장 발표에는 사과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때,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논란 때 사과했다. 그러나 사측이 홍 회장 명의로 된 사과문을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홍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 나와 사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홍 회장이 이번 사태를 회사 존폐가 걸린 사건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장남인 홍 상무가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도 홍 회장의 공개 사과 요인으로 꼽힌다. 홍 상무는 차기 회장에 지목된 인물로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홍 상무는 이날 보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유용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며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차원에서 우선 보직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