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대국민 사과'.. 남양유업, 위기 돌파 가능할까

이강진 2021. 5.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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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했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 회장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불가리스 사태로 공석이 된 남양유업 경영진 자리가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지가 향후 경영·조직 쇄신 방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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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 연구 발표 후
식약처 고발·불매운동·본사 등 압수수색
홍원식 회장 결국 사퇴·경영권 승계 포기
남양유업 둘러싼 논란에도 사과 뜻 밝혀
'공석' 경영진 자리, 경영 쇄신 가늠자 될 듯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했다.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지 21일 만이다. 홍 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 만이다. 당시에는 남양유업 김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등 10여명이 고개를 숙였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와 함께 앞서 남양유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파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연합뉴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 발표 후 역풍을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2개월 영업정지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식약처로부터 남양유업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받은 세종시는 지난달 남양유업 세종공장 측에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했다. 조만간 세종시는 영업정지에 대한 남양유업 측 의견을 듣고, 최종 처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영업정지가 확정될 경우 세종공장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나 남양유업 대리점주, 직원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홍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와 회장직 사퇴, 자녀 경영권 승계 포기를 밝힌 이유도 이처럼 남양유업을 둘러싼 상황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언급될 만큼 악화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 회장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불가리스 사태로 공석이 된 남양유업 경영진 자리가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지가 향후 경영·조직 쇄신 방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의를 밝혔고, 홍 회장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지난달 보직해임됐다. 다만 홍 회장이 2선으로 후퇴해도 그가 보유한 남양유업 보통주 지분이 51.68%(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남양유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홍 회장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한 번 믿어 주시고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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