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말만 기가(G) 인터넷, 속도 불만 끓는다
[앵커]
'10기가 인터넷 상품에 가입했는데 실제 속도는 100분의 1밖에 안나왔다...'
지난달 한 유튜버가 유선인터넷 속도가 실제 가입 속도와는 다르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면서 파장이 일었죠.
이를 본 네티즌들이 '10기가만 그런게 아니다, 나도 그렇다'며 실제 가입한 속도보다 인터넷이 느리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제기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가 뭔지, 이 문제를 취재한 산업과학부 옥유정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옥 기자, 인터넷 속도 제대로 안 나오는 원인, 대체 뭡니까?
[기자]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텐데요,
컴퓨터나 랜카드 자체 성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고, 한 장소에서 동시에 많은 사람이 쓰는 경우 등이 있을테고요.
그리고 통신사가 정말로 그 만큼의 인터넷 용량을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유선인터넷 점유율 1위인 KT가 인터넷 속도가 안 나오는 집에도 기가인터넷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장비가 아파트 각 가정에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통신장비인데요.
지원하는 속도가 500메가인 장비인데, 여기는 1기가 상품에 가입을 해도 500메가까지 밖에 안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1기가 상품에 가입한 가구가 다수 확인됐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개통을 안 해줘야 정상인데 개통이 된 겁니다.
KT측은 고객 요청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동의서를 받고 개통해준다고 했는데, 저희가 확인해보니 설치 기사가 KT본사에 전화만 한 통 하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처리해주는 경우 많았습니다.
[KT 인터넷 설치기사 통화 녹음/음성변조 : "개통 건 속도측정을 못 했거든요? 이것 좀…"]
[KT 직원 : "OO번호 몇 번이에요?"]
[설치기사 : "OO에 OOOO이요."]
[KT 직원 : "완료해 놓을게요."]
[앵커]
속도가 안 나오는 곳까지 비싼 초고속 인터넷 상품이 들어가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인터넷에 가입해보신 분들 아실겁니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상품권, 현금 등을 사은품으로 주는 경우가 많은데, 비싼 인터넷 상품일수록 사은품 가격도 올라갑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사은품을 더 받고 높은 속도의 인터넷을 쓰는게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리고 각 판매점들에게는 고가상품 판매정책 이른바 '그레이드 정책'을 펴는데, 표를 보시죠.
한 통신사가 판매점에 보낸 정책지를 입수했는데요,
1기가 상품을 팔면 2점인데 100메가 상품 팔면 0.2점입니다.
판매 점수를 합산해 점수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주는 구조다 보니 100메가면 충분한 이용자에게도 더 비싼 상품을 권할 수밖에 없겠죠.
이미 국내 90% 이상이 모두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만큼 시장이 포화상태인데요.
통신사 입장에선 인터넷 가입자 수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니 비싼 상품으로 바꾸게 하는 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죠.
[앵커]
만약에 우리집 인터넷 속도가 제대로 안나왔다, 그러면 보상을 받을 수는 있습니까?
[기자]
가입할 때 잘 보지 않는 인터넷 상품 이용 약관에, 최저보장속도라는게 명시돼있습니다.
인터넷 속도가 최저보장속도만큼 나오지 않으면 고객에게 보상을 해주게 돼있는데요,
문제는 최저보장속도가 고객이 가입한 속도의 30~50%에 불과하다는겁니다.
10기가 상품의 최저보장속도는 3사 모두 3기가. 1기가는 500메가입니다.
즉, 통신사는 소비자에게 제값을 받고 30~50%만 서비스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변호사 설명 들어보시죠.
[김진욱/변호사 : "약관에 규정되어있는 최소 속도가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약관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약관 규제법상(문제가 됩니다). 10기가를 기준으로 채무이행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민법상 계약불이행,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거죠."]
우리나라처럼 최저보장속도 제도가 있는 곳이 영국이 있는데요,
영국에선 통신사가 인터넷 최대속도를 평균속도인 것처럼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인터넷 속도 논란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와 제도 개선까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옥유정 기자 (ok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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