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모범 빌게이츠 부부, 27년 만에 종지부 "결혼 끝낸다"

김선미 2021. 5.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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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부부 혼인 27년 만에 "결혼 끝낸다"
멀린다 이혼장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
빌, MS 입사 멀린다와 6년 사내연애
전업주부 된 부인 설득에 자선사업
NYT, 측근 인용 "지난 몇년간 갈등"
이혼 뒤에도 재단은 함께 운영키로
빌 게이츠 부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6)와 부인 멀린다 게이츠(57)가 27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일(현지시간) 각자의 트위터를 통해 이혼 소식을 알렸다. 미국 연예 매체 TMZ는 이날 멀린다가 워싱턴주 킹카운티 지방법원에 제출한 이혼 신청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멀린다는 신청서에서 “이 결혼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this marriage is irretrievably broken)”며 부부가 이미 별거 상태라고 밝혔다. 멀린다는 또 “이혼 합의서가 체결된 당일 결혼 생활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해 달라”고 했다. 서류에 따르면 부부는 1994년 결혼 당시 혼전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빌·멀린다, 이미 별거 상태…이혼 합의서도 작성했다

빌 게이츠

이번에 이혼을 협의하면서 이혼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혼 합의서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육아 계획에 대해선 “우리는 18세 미만의 자녀가 없다”며 “(배우자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선 “신청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멀린다 게이츠가 3일 워싱턴주 킹카운티 지방 법원에 제출한 이혼 신청서 사본. [사진 TMZ]

게이츠 부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해본 끝에 우리는 결혼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지난 27년 동안 우리는 3명의 자녀를 키우며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서 일하는 재단을 설립했다”면서 “우리는 그 사명에 대한 믿음을 계속 공유하고 재단에서 함께 일을 계속하겠지만 우리는 더는 우리 삶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린다 게이츠

게이츠 부부가 자선 재단을 함께 운영하며 모범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였던 만큼 두 사람의 파경 소식은 뜻밖이었다.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액도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 부부의 측근을 인용해 두 사람이 지난 몇 년간 갈등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간 게이츠 부부가 갈라설 위기를 여러 번 겪었지만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두 사람은 빈곤·질병·불평등 퇴치를 위해 함께 설립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부부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각자 길을 걷기로 했다.

1994년 1월 1일 하와이에서 결혼한 게이츠 부부. [멀린다 게이츠 인스타그램]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멀린다가 MS에 들어간 직후인 1987년이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인 멀린다는 멀티미디어 제품 개발을 맡고 있었다. 그는 뉴욕 출장 중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게이츠와 처음 만났다.

게이츠 부부와 세 자녀. 뒤가 큰딸 제니퍼와 아들 로리, 앞이 둘째 딸 피비. [멀린다 게이츠 인스타그램]

NYT에 따르면 몇 달 뒤 게이츠가 회사 주차장에서 마주친 멀린다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그가 “2주 뒤 데이트하자”고 했지만 멀린다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나중에 좀 더 가까운 날짜에 데이트를 신청하라”고 했다. 1~2시간 뒤 게이츠가 멀린다에게 전화해 그날 저녁 만나자면서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2011년 3월 인도를 방문한 게이츠 부부. [AFP=연합뉴스]

두 사람은 6년 연애 끝에 94년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게이츠는 결혼할지를 두고 고심했다고 한다. 화이트보드에 결혼에 대한 찬성·반대 목록까지 적을 정도였다. 멀린다는 훗날 “당시 빌은 나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회고했다.

2016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는 게이츠 부부. [EPA=연합뉴스]

96년 첫째를 낳으면서 멀린다는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10년의 직장 경력을 포기하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생각해 온 일이었다. 그런 그가 아프리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아이가 설사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부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활동 현황

멀린다는 2019년 펴낸 책 『누구도 멈출 수 없다(The moment of lift)』에서 지구촌 아이들의 건강 문제가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한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시 게이츠는 공격적 경영으로 미 법무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에 휘말린 상태였다”며 “멀린다의 설득으로 게이츠는 MS 경영에서 물러나 점차 자선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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