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 파문에 회장 사퇴..논란의 3주

최지윤 2021. 5.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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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파문으로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홍원식 회장은 4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지 22일 만이다.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보직해임됐고 이광범 대표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 발표부터 식약처 고발 및 경찰 압수수색, 홍 회장 사퇴까지 일련의 과정과 남은 과제를 살펴봤다.

◇4월13일 심포지엄 개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불가리스를 공동개발한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과 함께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다. 충남대 수의대는 불가리스가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인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동물·인체가 아닌 세포 실험 결과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소재 중심이 아닌 완제품 형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규명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으나 일부 편의점, 마트 등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고 남양유업 주가는 한때 폭등했다.

◇4월15일 식약처 고발·30일 경찰 압수수색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도 요청했다.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해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만 항바이러스 세포 시험을 했지만, 전체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특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다. 남양유업은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달 29일 세종시에 "청문회 절차를 밟게 해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세종시는 이달 24일께 청문회를 개최,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과징금은 약 8억 원대로 추산된다.

◇4월20일 홍진석 상무 회삿돈 유용 의혹 제기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불가리스 사태와 회삿돈을 유용한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를 시키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상무의 회삿된 유용 의혹 관련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직 해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photo@newsis.com

◇5월3일 이광범 대표 사의 표명

이광범 대표는 3일 오전 임직원에게 메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겨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며 "남양 가족에게 커다란 고통과 실망을 줬다"고 썼다. 다만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저의 실책에 대한 비난은 무엇이든 달게 받겠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당면하고 있는 사태 해결을 위해 억측과 비난으로 여러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며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5월4일 홍원식 회장 사퇴

홍 회장은 4일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회사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한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 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최근 사퇴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데 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나날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고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5월24일 청문회 예정

남양유업은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달 29일 세종시에 "구두로 소명할 기회를 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세종시는 이달 24일께 청문회를 개최해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과징금은 약 8억 원대로 추산된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 2개월 영업정지 시 타격이 클 전망이다. 세종공장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 피해도 불가피하다. 코로나19로 원유 공급이 감축됐는데, 이번 사태로 아예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종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생계 곤란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영업정지 명령을 받지 않기 위해 청문회에서 연구결과 논란을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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