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은 승리했는데 핵심 홍영표는 왜 송영길에 패했나

정계성 2021. 5. 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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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앞섰는데' 대의원 투표 예상 밖 패
전해철·황희 등 입각, 핵심 조력자 부재
우원식 선전에 양분된 친문 표심도 원인
결선투표 있었다면?..대선 경선 시사점
더불어민주당 신임 송영길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당대회에서 홍영표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5.2 임시전당대회 결과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의 위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친문 주류로 분류되고, 나머지 2명 역시 친문과 거리가 멀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후보는 당대표 선거에서 0.59%p 차로 석패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홍 후보는 개표 직전까지 승리를 장담했다고 한다. 다수의 지역위원장이 홍 후보 측에 섰다는 게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지역위원장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대의원 표를 상당수 확보했다는 얘기였다. 초반 대세론을 형성했던 송영길 후보의 기세가 주춤해지고 홍 후보가 추격하는 흐름에서 투표가 진행된 것도 승리를 믿었던 이유 중 하나다.


결과는 홍 후보 측 예상과 달랐다. 대의원 표에서 홍 후보는 34.47%를 득표, 오히려 송 후보(34.97%)에 0.5%p 밀렸다. 권리당원 득표율에서 0.67%p 앞서며 일부 만회했으나 결과를 뒤집진 못했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차이는 8.97%p까지 벌어졌다. 친문 강세에도 불구하고 '무계파' 송 후보가 당권을 잡는 순간이었다.


패배의 원인으로는 먼저 중간간부급 조력자의 부재가 꼽힌다. 홍 후보의 조직은 문재인 대통령 수호를 위해 뭉친 '부엉이 모임'에서 확대 재편한 '민주주의4.0'이다. 현역의원만 50여 명이 가입한 당내 최대 규모의 싱크탱크로 통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핵심 인물 10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여러 모임에 적을 둔 계파색이 옅은 인물들이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현역의원 혹은 지역위원장들을 진짜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후보를 대신해 무게감이 있으면서 행동력을 갖춘 조력자들이 나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접점을 넓혀가야 한다"며 "친문 내에서는 전해철 의원과 황희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데 장관을 맡으며 정치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홍 후보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부재가 뼈아팠을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후보의 예상 밖 선전도 한몫했다. 우 후보는 비록 친문 주류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1기 원내사령탑을 맡는 등 친문 진영에 속한 인사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 후보의 약진으로 친문 표심이 양분되고 송 후보에게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친문 진영의 한 축인 '친조국' 성향 유튜버들 몇몇은 막판 우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다.


홍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우 후보를 뽑은 분들 중에도 친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홍 후보와 우 후보 사이 유권자 단일화가 되지 못했을 뿐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는 소위 말하는 친문 주류 세력이 10분의 6 정도로 다수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홍 후보의 전국단위 선거 경험 부족과 낮은 인지도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이 세 번째 당대표 도전인 송 후보에 비해 홍 후보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만 경험했을 뿐, 직접 전국단위 선거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심은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민심이 곧 이어질 민주당 대선 경선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냐로 모아진다. '무계파' 송 후보의 당선으로 비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과, 친문 진영의 강력한 힘이 확인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51%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전당대회가 일주일 더 늦게 치러졌다면 어땠을까. 혹은 당대표 선거도 대선 경선처럼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한 뒤 "이 지사에게 탄탄대로가 열렸다고 보기 어렵고, 반대로 친문 주류가 새로운 대선 후보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힘들어진 결과"라고 했다.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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