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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씨 시신 찾아낸 맨발의 그 남자, 왜 또 한강 뛰어들었나

최연수 입력 2021. 05. 05. 10:52 수정 2021. 05. 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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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씨와 구조견 오투가 시신이 수습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휴대폰을 찾을 때까지 물에 들어 갈 겁니다”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빨간색 아이폰을 찾은 뒤 서울 서초경찰서에 제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에서 잃어버린 2시간을 찾기 위해 가장 앞장서고 있는 민간인이다. 손정민(22)씨의 시신을 찾은 사람도 그였다. 지금은 사라진 정민씨 친구의 스마트폰을 찾고 있다. 빨간색 아이폰을 건져 올린 뒤, 문제의 폰이 아닐 수 있다면서 기자들에게 “끝까지 찾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실제로 빨간색 아이폰은 정민씨 친구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친구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그는 금속 탐지기 두 대를 빌렸다고 한다. 강한 물살에 펄에 발이 빠지는 상황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한강 물에 뛰어들었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차씨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한강 공원의 육상·수상 수색을 한다.


“오투야, 다른 사람들에게 산소를 줘”

오투는 마리노이즈 견종으로 수색견이다. 차종욱 유튜브 캡쳐

그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오투(수색견 이름)’와 함께 어디든 간다. 이렇게 봉사를 시작하게 된 지 4년째, 그는 왜 남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일까.

차씨는 “나이 50을 넘어가니 사회에 빚만 지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봉사한 것 없이 살아와 허무했다. 그러던 차에 자원 구조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오투라는 구조견을 키우며 구조견 훈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손정민씨의 시신을 찾게 된 것도 오투의 활약이 컸다. 헬기와 구명보트들 사이에서 발견되지 않던 손씨를 차씨가 발견했고 오투가 확인했다. 경찰도 하지 못한 일을 둘이 해낸 것이다.

5살 마리노이즈 종인 오투의 이름엔 사연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차씨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배에 탄 학생들이 필요한 순간에 산소를 전달 받았으면 전부 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름을 ‘오투(산소)’로 지은 이유다”고 했다. 마침 오투의 생일이 4월 16일이었다. 오투를 데려온 뒤 태어난 날을 알게 됐을 때, 오투가 구조견의 운명을 타고 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365일 중 360일은 항상 오투와 한강에 나와 훈련을 한다. 차씨는 “오투가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산소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수색견 오투가 한강변에서 차종욱 훈련사와 훈련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쳐

한강에서 수색하는 모습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차씨는 “요즘 뉴스에서 개물림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큰 개에 대한 적대감이 크다. 어제도 사람들이 개 입마개 왜 안 하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친구(오투)가 대학생 사체 직접 찾은 수색견’이라고 답했더니 사람들이 ‘진짜 대단한 개를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응해주더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실종 장소 4년 동안 구조 훈련하던 곳”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손정민씨 사건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119 구조대에서 사체를 찾는 모습을 오투를 훈련시키는 중에 보게 됐다. 뉴스를 확인하고 직접 나서야겠다고 맘을 먹었다고 한다. 실종 장소는 4년 동안 매일 오투와 함께 훈련하던 장소였다. 마치 오투와 그의 운명처럼 느껴졌다. 차씨는 “4년 동안 매일 오투와 함께 훈련하면서 그 한강 주변 지형과 물길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민씨를 찾은 이후에도 차씨는 불면의 밤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열악한 현장에서 수색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5% 정도다. 확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민씨를 찾아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해 트라우마처럼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류에서 떠내려올 때 시야가 좋지 않았다. 시신을 비닐이라고 착각할 정도였기 때문에 영원히 미제사건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떨리고 두려우면서도 다행인, 그런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경찰 수색견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골든타임에 실종자들을 빨리 찾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훈련된 수색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찰 100명보다 수색견 1마리가 더 빨리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많은 수색견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교육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불상사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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