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투자받은 콘텐츠 업계 '좌불안석'

김경민 2021. 5. 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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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기업 '차이나 리스크'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차이나 리스크’까지 겹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중국 자본 투자를 받은 콘텐츠 업체마다 ‘친중 기업’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중국 정부의 주력 산업 육성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어 경영 전략에 고심하는 기업도 적잖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새 중국 시장 판매량이 급감해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사진은 현대차 중국 공장. <현대차 제공>

▶유형 ➊ ‘중국’ 엮이면 소비자 난리

▷콘텐츠·식품 업계 “울고 싶어라”

소비자의 혐중정서로 당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콘텐츠 업계다. 이미 대규모 중국 자본 투자를 받은 상황이라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역사 왜곡, 친중국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가운데 JTBC 드라마 ‘설강화’도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한다는 지적에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데다 드라마 제작사인 제이콘텐트리 자회사 JTBC스튜디오가 중국 텐센트에서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중 여론이 확산되는 와중이다.

중국 IT 업체 텐센트는 국내 콘텐츠 업계 큰손으로 손꼽힌다. 넷마블 3대 주주, 크래프톤 2대 주주에 오를 정도로 대형 게임사 투자를 늘려온 데다 YG엔터테인먼트 등 엔터 기업 투자자다. 재계 관계자는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을 등에 업어야 콘텐츠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었던 만큼 한동안 텐센트와 손잡으려는 업체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혐중 논란이 확산되면서 중국 자본 투자를 받은 게임, 콘텐츠 업체마다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식품 업계도 ‘중국 제품 불매운동’을 의미하는 ‘노 차이나(No China)’가 확산되면서 홍역을 앓는 중이다.

최근 오뚜기가 100%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건미역 제품에 10년간 중국산 미역이 섞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양경찰청은 전남 여수 오뚜기 하청 식품 업체에 대해 원산지 표기 위반, 밀수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해경은 이 업체가 국내 미역을 중국으로 보낸 뒤 일부를 현지에서 판매하고, 부족한 양을 중국산과 섞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믿고 샀는데 배신당했다” “중국산 먹거리로 장난치는 기업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등등 불만을 쏟아냈다. 당황한 오뚜기는 이강훈 대표이사 명의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의혹이 제기된 미역 제품을 전량 회수,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갓뚜기’ 호칭을 받아온 오뚜기조차 중국산 원재료 사용 의혹에 휘말리면서 식품 업계는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혐중’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등 김치 생산 기업으로까지 퍼졌다. 김치를 중국 현지에서 판매할 때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파오차이’로 표기한 탓이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 생산해 현지 판매 중인 ‘비비고 만두’ 포장지에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했다. 중국 현지법인 ‘포미다식품’을 통해 김치를 생산, 판매해온 풀무원도 제품명에 ‘자른 파오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중국의 ‘김치공정’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식품 업계는 중국 당국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 관련 제품을 모두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도록 강제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식품안전국가표준제도를 통해 이 규격을 따르지 않는 제품의 현지 판매, 사업을 제한한다. 중국에서는 김치 관련 제품을 ‘KIMCHI’라고 상표 등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 소비자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김치 생산 업체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유형 ➋ 中 정부 굴기에 휘청

▷SMIC 약진에 반도체 기업 불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내부에서는 더 큰 위기 요인으로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를 꼽는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중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날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MIC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41.5% 늘어난 744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5%가량 증가한 4조7200억원 수준이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중국 유일의 파운드리 업체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으로 불린다.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SMIC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붓는 중이다. SMIC는 최근 광둥성 선전시에 28나노미터(㎚)대 이상 공정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립하기로 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제재로 SMIC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 부품을 살 수 없었지만 최근 제재가 완화되는 분위기다. SMIC가 생산 물량을 늘리고 공격 경영에 나설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 위협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유형 ➌ 중국 현지 사업 난항

▷美 약진 현대차, 中 판매량은 급감

그동안 중국은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었다. 중국에서의 승승장구를 기반으로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던 기업도 꽤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 기술 수준이 한국 기업에 근접해오고 중국 소비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 브랜드를 외면하면서 그동안 잘나갔던 중국 시장 매출이 급감해 당혹해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국에서 66만4744대 차량을 판매했다. 2009년(81만대)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생산 실적은 533만8048대를 기록했다. 2019년(615만3664대) 대비 13.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제1요인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손꼽는다.

현대차는 한때 폭스바겐, GM과 함께 중국 시장 ‘빅3’ 완성차 업체로 불렸지만 2016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드 보복 여파도 있지만 중국 현지 업체가 완성차 성능을 높이며 현대차 고객을 빼앗은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위기에도 팰리세이드 등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인기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약진한 점을 감안하면 ‘차이나 리스크’는 더욱 뼈아프다. 현대차, 기아는 지난 3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 7만8409대, 기아 6만6523대 등 11만4932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77.8%나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잘했다고 팡파르를 터뜨릴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중국이 제자리를 잡지 않는 한 현대차그룹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이제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한 기업의 최고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80 전기차를 한국이 아닌, ‘2021 상하이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등 용을 쓰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다고도 발표했다. 그러나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장밋빛이 아니다. 중국 완성차 품질이 높아지고 미래차 시장까지 선점하면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7호 (2021.05.05~2021.05.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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