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조원 투하, 경제 과열될라..옐런, 소방호스 꺼냈다

이승호 2021. 5. 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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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수장의 금리인상 경고
1분기 6.4%, 2분기 10% 성장 전망
물가도 3월 2.6% 상승세 급해져
인플레 우려하던 시장, 발언에 출렁
금리 결정권 가진 파월은 신중모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나섰다. 그동안 누구도 선뜻 꺼내지 않았던 ‘금리 인상’을 입 밖으로 꺼냈다.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금융시장은 옐런 장관의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옐런 장관은 이내 말을 주워 담았지만 시장은 실수를 가장한 옐런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옐런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4일(현지시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88%(261.61포인트) 급락했다. 나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애플(-3.54%)에 이어 아마존(-2.2%),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1.55%), 테슬라(-1.65%) 등이 나란히 하락했다. 통상 기술주는 다른 업종과 비교해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날 S&P500 지수도 0.67% 내렸다. 반면 다우지수는 0.06% 상승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옐런 장관은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카운슬 서밋’ 행사에 참석해서 뉘앙스가 다른 발언도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생겨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옐런 장관의 발언은 그냥 흘려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게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면서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6.4%였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한 수치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1.6%)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전년 동월 대비)였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했던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금융시장 관계자들에겐 신경이 쓰이는 수준이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1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기준으로 계산하면 2%대 중반 수준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7%가량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성장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방송에서 “모든 고객이 경기 과열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지난 1일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리타스 파이낸셜그룹의 창업자인 그레고리 브랜치는 “옐런 장관의 발언은 매우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금융시장 우려에 ‘불’을 붙인 셈이다. 반면 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신중한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준금리와는 별도로 시장금리는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1.6%대에서 거래됐다. 지난 3월(연 1.7%대)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8월(연 0.5%)에 비해선 1%포인트 넘게 뛰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6%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내렸다. 국내에서 시장금리가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4일 연 1.158%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0.3%포인트 넘게 올랐다. 만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한은도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커지는 가계 빚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빚은 1700조원을 돌파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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