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투신자 119신고 장난전화 취급..법원 "배상 안돼"

김아현 2021. 5. 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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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요청했지만 장난전화 의심
유족 "구조소홀 배상하라"
법원 "사망 인과관계 없어"
기사와 상관없는 사진.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뉴시스


한강에서 투신한 뒤 119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은 여성의 유족이 미흡한 구조 대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사망한 A씨의 아버지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2억6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1월 27일 오전 1시23분쯤 한강의 한 대교에서 투신했다. 정신을 잃지 않고 생존한 A씨는 투신 후 5분30초가 지났을 무렵 수영을 하며 119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신고를 받은 서울시의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A씨에게 ‘한강에서 수영하며 이렇게 전화까지 하는 거 보니 대단하다’ ‘뛰어내렸는데 말을 잘할 수 있냐’ ‘뛰어내린 거냐 뛰어내릴 거냐’며 신고를 의심하는 듯한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수요원은 신고를 받고 1분12초 뒤 출동지령을 내렸고 구조대와 소방서, 안전센터 등이 종합상황실 관제요원과 교신하며 현장으로 출동했다.

소방서 출동대원은 A씨와 통화하며 출동했지만 오전 1시34분쯤부터 A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오전 1시41분쯤에는 A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도 실패하자 종합상황실 관제요원은 철수를 지시했다. 구조대 등은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오전 1시44분쯤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11월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익사로 판정됐다.

A씨의 아버지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법령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그는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이 딸의 신고를 장난전화로 의심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채 출동지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장지휘관도 조기에 수색을 중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해 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은 일부 구호조치 소홀을 인정하면서도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법령위반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신고접수를 할 경우 사고·재난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정확하게 출동지령으로 연계해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신고자 목소리만으로 신고를 장난·거짓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신고 상황을 의심하는 듯한 통화를 이어갔고 출동지령 다음에도 투신 시간과 위치 등 구조활동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지휘관은 익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범위를 조금 더 넓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상황에 11분 만에 수색을 종료했다”며 “종합상황실 접수요원과 현장지휘관 등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법령위반행위가 없었다면 A씨가 생존했을 거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법령위반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A씨가 투신 후 5분30초가 지나 119 신고를 했고 당시 한강 유속을 볼 때 위치추적 유효반경이 넓어 수난구조대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구조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사실조회 결과에 따라 신고 후 약 5분5초가 지난 시점에 A씨는 이미 사망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과실로 법령위배행위를 했음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시와 소방재난본부 감사위원회는 2019년 3월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 관련 구조대원 3명의 대응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징계했다. 그러나 ‘119 대응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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