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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로켓 잔해' 통제 가능한가..엇갈리는 보도

김지성 기자 입력 2021. 05. 07. 11:00 수정 2021. 05. 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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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발사한 로켓의 잔해가 이르면 이번 주말 지구로 추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로켓은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지구 둘레를 회전하고 있어 현재 상황에선 추락 지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고, 반면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로켓 '창정 5호B'의 발사 장면

중국이 "전설 만들어냈다" 자랑하던 로켓에 이상 기류…지구 추락 위험

중국은 지난달 29일 하이난성 원창 발사 기지에서 '창정 5호B' 로켓을 쏘아 올렸습니다. 중국의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핵심 모듈 '톈허'를 실은 로켓이었습니다. 이 로켓의 길이는 53.7m이며, 이 중 인공위성의 보호 덮개인 '페어링'의 길이만 20.5m에 달합니다. 중국은 가까운 궤도에 대형 위성을 쏘아 올리기 적합한,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고 한껏 과시했습니다. 일부 관영매체는 "전설을 만들어냈다"고까지 했습니다. 중국은 올해와 내년 11차례에 걸쳐 부품을 우주로 실어 날라 내년 말 우주정거장을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많은 중국 시민들이 '창정 5호B'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자랑하던 이 로켓에 지난 주말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대기권 밖 300km 고도에서 돌고 있던 로켓의 중심 모듈이 80km 가까이 고도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주 전문가를 인용해 로켓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하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다월 박사는 가디언에 "나쁜 것은 중국의 태만"이라며 "10톤이 넘는 물체를 통제하지 않고 떨어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맥다월 박사에 따르면 이 로켓은 발사 당시에도 대형 금속기둥 파편이 코트디부아르에 떨어져 일부 건물이 파손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미국, 중국 우회 비판…"우주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미국 정부도 곧바로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창정 5호B' 로켓이 현재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 오는 8일 지구 대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변인은 "구체적인 추락 지점은 대기권 진입 몇 시간 직전에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악관은 국제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우주사령부가 '창정 5호B'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며 "미국은 우주 파편과 우주 활동 증가에 따른 밀집 위험을 해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주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모든 나라의 공동 이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매체 "통제 불능 아냐" vs "정확한 귀환 보장 못해"

그동안 침묵하던 중국도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로켓 잔해가 바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서방이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로켓 잔해가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로켓 잔해 추락은 로켓 설계 단계부터 중국 우주당국이 신중히 고려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잔해는 대기권에 진입하는 동안 타버리고, 극히 일부만 사람이 활동하지 않는 곳이나 바다에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우주 전문가 쑹중핑은 글로벌타임스에 "이런 서방 세력의 과장은 적대 세력이 중국의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사용하는 낡은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해 5월 이 로켓이 첫 발사에 성공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며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해명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마디로, 로켓 잔해는 미리 예견됐던 것으로, '통제 불능' 상태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뒤 60여 년 동안 로켓 잔해나 우주 쓰레기가 인류를 공격한 어떤 사례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민간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잔해(출처=중국 포털 왕이)


하지만 중국 일부 매체의 보도에서는 다른 뉘앙스가 읽힙니다.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왕이'에 따르면, 이 로켓은 시속 2만 8천km의 속도로 해수면 160~170km 높이에서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이 매체는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처럼 재활용 로켓을 사용하지 않는 한 어떤 로켓도 사용이 끝난 후엔 우주 쓰레기가 되며, 대부분은 대기권에서 타버리지만 일부 잔해는 지면에 떨어지고 일부만 궤도에 오른다"고 전했습니다. 위성 발사 대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로켓 잔해가 지상으로 떨어진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주 기술이 가장 선진적이라고 자부하는 미국도 로켓 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로켓 잔해의 정확한 귀환을 보장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이 로켓 잔해를 통제할 수 없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중국 포털 '왕이'는 미국 로켓 잔해가 지상으로 떨어진 사례를 들며 '어느 나라도 로켓 잔해의 정확한 귀환을 보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일부 중국 매체는 미국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포털 텅쉰망은 "'창정 5호B'는 큰 크기로, 지구로 돌아오는 다른 로켓과 구별된다"며 "로켓의 잔해조차도 연구 가치가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이 연구를 위해 중국 로켓의 잔해를 찾으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나라 전문가들도 이번 중국 로켓 잔해가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동의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맥다월 박사는 "사람이 맞을 가능성은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매우 낮다"면서 "나라면 1초도 그런 걱정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구 표면의 70%를 넘게 차지하는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번 중국 로켓 잔해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랍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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