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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북한군 거짓말 인터뷰 동아일보 기자 "통화하고 싶지 않다"

정철운 기자 입력 2021. 05. 07. 12:15 수정 2021. 05. 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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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김명국씨, JTBC에 "광주 간 적 없다" 실토…민주화운동 왜곡한 채널A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13년 5월15일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이 내보낸 '방송사 최초 5·18 광주투입 북한군 인터뷰'는 모두 거짓이었다. 채널A는 국내 방송사(史)의 굴욕적인 오보를 남기게 됐다. 5·18 북한국 개입설을 사회적 공론장으로 끌고 와 이윽고 2019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18 진상규명 공청회'란 해괴한 행사까지 열게 했던 시발점, 채널A에 출연했던 '광주투입 북한군' 김명국(가명)씨가 드디어 자신의 거짓말을 실토했다.

꽁꽁 숨어있던 김명국씨를 찾아낸 건 JTBC 취재진이었다. JTBC '뉴스룸'은 지난 6일 메인뉴스에서 “석 달에 걸친 추적 끝에 김씨를 어렵게 만났다. 처음엔 광주에 갔던 북한 특수군이 맞다고 주장하더니, 이후 계속된 만남에서 그동안의 말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취재진은 석 달 동안 4차례 김씨를 찾아갔다. 김씨는 “아, 좀 오지 말라니까. 자꾸 이렇게 오겠어요? 진짜?”라며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제가, 저희가 다신 안 올테니까. 광주에 오신 적이 있으세요?”
“없어요.”
“오신 적 없으세요?”
“예.”
“나는 5·18(조사위)에 가서 우리 조장한테서 들은 얘기를 했어요. 들었고. 들은 걸 그대로 전달했다고 그랬어요.”
“그럼 광주에 오신 적은 전혀 없다.”
“예.”

▲JTBC '뉴스룸' 6일 방송.

JTBC는 “남파 간첩을 키우는 대남연락소 소속 전투원이었던 김씨는 진위 파악조차 안 되는 조장의 얘기를 듣고, 자신도 함께 간 걸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김씨의 말은 모두 전해 듣거나 지어낸 내용이었다는 것. JTBC에 따르면 김명국씨는 8년 전 채널A 방송에 대해서도 “촬영하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지만원 등 극우진영이 '5·18 광주 북한군 투입설'의 핵심 근거로 이용했던 '김명국'의 실체는, 거짓이었다.

“증언이 제대로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었다”
민주화운동 더럽힌 '만행', 버젓이 방송으로

박근혜정부 첫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3일 앞둔 2013년 5월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5·18 북한군 개입의 진실'편을 내보내며 남파 특수군 최초 인터뷰라는 타이틀을 걸고 호들갑을 떨었다. 자신을 1980년 광주에 있던 북한군이라 주장한 김명국(가명)씨의 주장은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광주폭동 참가했던 사람들은 조장, 부조장들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어요.” 채널A에선 김명국씨의 뒷모습과 육성만 나왔다. 김씨는 1980년 5월27일 오전 9시 광주 철수명령을 받았고 철수 도중 국군과 만나 교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선 김씨 주장을 바탕으로 “5월23일 10시 광주시내 한복판 진입”, “5월19일 4시 대항리에서 50명 전투인원 지프차 타고 출발”, “5월19일 밤 9시 황해남도 장산포 바닷가 도착”같은 자막이 사실처럼 올라왔다.

▲2013년 5월15일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의 한 장면. 가운데 얼굴을 보이고 있는 이가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다.

이날 김명국씨를 직접 만났다고 밝힌 프로그램 진행자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는 “(김명국씨) 증언이 제대로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었다”며 방송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지금은 어떻게 생각할까. 7일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부국장급)에게 김명국씨의 '실토'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3년 전에도 2013년 방송에 대해 묻고자 했으나 김 기자는 “물어보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씨를 30여차례 만나 쓴 증언록 '보랏빛 호수'를 출간하고 2013년 채널A 방송에 출연해 김씨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전파했던 탈북자 이주성씨는 7일 통화에서 “김명국이 거짓말을 한 게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니다. 나는 5·18이 민주화운동이 아니라고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나는 김명국 말 하나만 듣고 책을 쓴 게 아니다. 남북이 통일돼 정보가 오픈되면 진실을 가려보자”고 했다. 2013년 채널A 방송 출연에 대해선 “당시 김광현 부장에게 몇 번씩 전화가 왔고 출연 요청을 받았다. (그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어했다”고 했으며 “국정원에서 (채널A에) 출연하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채널A 방송 이틀 전이었던 2013년 5월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도 자신을 북한 특수부대 대위 출신이라고 밝힌 탈북자 임천용씨가 출연해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특수군 개입에 의해 움직여진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섭외와 편성을 조율한 것처럼, 5·18을 앞두고 두 종편에서 잇따라 '5·18 북한군 개입설'이 등장했던 것. 이후 한국 사회는 이 '소란'을 잠재우느라 지면과 화면을 낭비했고,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게티이미지.

이 방송에 대한 채널A 입장은 어땠을까. 2013년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 의견진술 자리에서 권순활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본인(김명국)이 그 진술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부분도 감안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김광현)가 기자경력 22년이 넘는 기자”라고 강조한 뒤 “(제작진은) 전혀 오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채널A는 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방송사가 문을 닫아도 될 만큼 사안의 중대성이 컸던 것에 비하면 징계는 가벼웠다. 그리고 김명국씨는 지금껏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2013년 방송 이후 5·18 역사왜곡대책위가 그를 형사 고소했으나 2014년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JTBC는 “김씨는 조만간 얼굴을 공개하고, 광주 시민에게 사죄하겠단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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