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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출퇴근 왕복 3-4시간..입주 먼저, 교통은 언제?

고아름 입력 2021. 05. 07. 16:10 수정 2021. 05. 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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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집값이 치솟자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2기 신도시를 발표합니다. 김포, 검단, 동탄1·2, 광교, 판교, 위례, 옥정, 운정, (평택) 고덕 등이 지정됐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30km 넘게 떨어진 데다가 해당 지역에서도 외곽인 지역이라 도로, 철도 등 교통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교통 대책 수립도 늦어졌습니다. 아파트는 다 지어져서 수십만 명이 입주했는데, 도로나 철도 건설은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도시 입주민들의 고통이 큰 이유입니다.

■ 버스 2번, 지하철 2번 갈아타고 왕복 3시간 걸려 통근.."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다음 달 인천 검단에 입주 예정인 박 모 씨의 출근길에 취재진이 동행했습니다. 현재는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데, 출근에 걸리는 시간을 가늠해보려고 입주 예정지에서 출발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9개 정류장을 지나야 지하철역이 나옵니다. 중간에 한번 지하철을 갈아타고, 내려서 또 버스를 타야 비로소 회사에 도착입니다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박 씨는 출근만 했을 뿐인데 이미 지친 얼굴로 "정말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서울까지 진입은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라고 말합니다.

아침 7시,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광역버스 정류장

이미 입주한 지 10년이 지난 파주 운정 신도시 주민들의 출근길도 고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침 7시 운정 신도시 광역버스 정류장에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지만 출근 시간 맞추기는 빠듯합니다. 출퇴근 왕복에 4시간은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좌석버스인 광역버스는 사람이 꽉 차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합니다. 최근 정부의 지원금이 중단되면서 배차 간격마저 길어졌습니다. 한 주민은 "버스가 자주 오면 10분 정도 기다렸는데 최근에는 30분 기다리기도 한다"며 "지하철이든, 버스든 지원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 "교통 분담금 1,700만 원 냈는데"...철도 연결 10년째 지연

운정 신도시 주민들은 분양 당시 1인당 교통 분담금 1,700만 원을 냈습니다. 그나마 공사를 시작한 GTX-A 운정역 신설은 2023년 말 완공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도시 지정 때부터 거론된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은 아직도 '계획 수립 중'입니다.

유환준 운정신도시연합회 부회장은 "편안한 주거 생활과 주변에 안정된 일자리가 있어야 신도시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교통망이 없어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니 국가에서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주민들이 낸 개선 분담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명확하게 발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정부가 2기 신도시 광역 교통 개선을 위해 계획한 예산은 31조 9,118억 원, 지금까지 3분의 2 정도인 21조7,885억 원만 집행됐습니다. 집행률이 68.3%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주민 민원 등 계획 수립 단계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기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대책의 경우 대부분 계획 수립이 끝난 단계인 만큼 앞으로는 속도가 붙어 진행이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선 교통, 후 입주' 밝힌 3기 신도시...약속 지켜질까?

서울 집값이 꿈틀거리자 2018년 정부는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과천 등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엔 '선 교통, 후 입주'를 선언하고 미리 광역교통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남양주 왕숙 신도시엔 서울 강동에서 남양주를 잇는 도시철도를 건설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 노선에 경춘선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양 창릉의 경우 서울 은평~고양 간 도시철도 건설, GTX-A 노선 창릉역 신설 등 신도시마다 교통 대책을 세웠습니다.

계획은 상세하게 나왔습니다. 문제는 완공 시점입니다. 2기 신도시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성을 조사하고, 지역 주민들 간 민원 조정, 재정 확보 등 실제 계획을 수행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일정 상으로 봤을 때는 (3기 신도시) 초기 입주민들도 철도 없는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어느 정도 예상한 듯합니다. 3기 신도시와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가 완공될 때까지는 광역버스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대안을 이미 내놨습니다.

유정훈 교수는 근본적으로 신도시 건설의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도시를 개발할 때 "도로, 철도 같은 뼈대를 먼저 갖추고 주거, 업무 시설 등 살을 붙여야"한다는 것입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살부터 붙여 놓고 뼈대를 비집고 놓으려는 구조에요. 그러다 보니까 비용도 높아지고 민원도 많이 발생하는 겁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아름 기자 (are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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