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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탄소중립위? 기후시민의회!

한윤정 전환연구자 입력 2021. 05. 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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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만간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녹색성장위원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를 합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 100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탄소중립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시기에 정부와 민간의 전문가들이 모인다고 하니, 어떤 방향과 속도로 정책을 끌어갈지 궁금증이 생긴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한편으로는 시작하기도 전에 미진한 느낌이다. 또다시 ‘관련 부처’와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진짜 시민(시민단체 말고), 청년과 청소년 등 미래세대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 기후위기, 생태전환의 문제에 관한한, 이제 다양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식견에 맡겨서 문제가 나아질 수 있었다면, 진작 해결됐어야 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는 기후대응과 환경보존 의무를 넣은 헌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을 거쳐 국민투표까지 마쳐야 개정이 이뤄지는데, 진보적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보수색이 짙은 데다 양원이 자구 하나라도 합의하지 못하면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헌법 개정의 전망은 어둡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과정이다.

헌법 개정안이 나오기까지 제비뽑기로 당선된 평범한 시민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정부의 유류세 인상 조치에 항의하며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기후시민의회(CCC)를 조직했다. 성별, 나이, 지역 등 인구대표성을 반영한 무작위 추첨으로 시민의원 150명이 뽑혔다. 이들이 지난해 6월까지 9개월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40% 줄이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 결과, 149개 제안이 담긴 460쪽짜리 보고서가 나왔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기후시민의회에 대해 알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영국도 비슷한 시기에 기후시민의회가 구성됐다. 2019년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뒤흔든 ‘멸종저항’ 운동의 시민의회 구성 제안을 받아들인 의회는 영국기후시민의회(CAUK)를 소집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인구대표성을 반영한 무작위 추첨으로 시민의원 108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온·오프라인 회의를 열어 2050년까지 영국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50여개 제안을 500쪽의 보고서에 담았다.

기후위기는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정치가 아니라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공동체의 일을 결정하는 그리스식 직접민주주의를 소환하고 있다. 법과 절차, 기술적 대안, 무엇보다 이해관계를 넘어 당위와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의 기후위기운동을 촉발한 이유는 국가, 지역, 계급의 이해에 따라 복잡한 계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미래세대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단순한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직접민주주의 실험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운영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였다. 탈원전을 공약으로 걸었지만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고, 발전소 건설 지속 여부를 시민에게 물었다. 추첨으로 뽑힌 500여명은 사흘간 찬반 양쪽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기존 건설 계속, 신규 건설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흘이란 기간은 너무 짧았고 양자선택을 강요한 공론조사라는 방식도 숙의민주주의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런 시도 이후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오락가락 모순된 신호를 보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는 원전기술을 수출했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지난 4월22일 지구의날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의 투자 철회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제 사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들의 경제를 위한 것인지, 우리 경제를 위한 것인지 솔직해져야 한다.

이해하자면, 전환은 너무 어렵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경제를 유지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불가능한 두 가지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기술 개발로 해법을 찾으면서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제화를 피하면서 최대한 탄소중립으로 가려는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문제에 공론화가 필요하다. 준비된 시민들이 많다. 탄소중립위원회보다 기후시민의회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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