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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선' 넘나들지만 신선한 매력.."이런 오너는 없었다"

김보리 기자 입력 2021. 05. 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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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행보가 만들어낸 '정용진 신드롬'
야구단 인수 전후로 SNS서 보폭 넓혀
'악평' 남긴 캐릭터도 되레 홍보효과 UP
'오너가 곧 모델' 새로운 경영 공식 창조
탄탄한 성장세 따른 자신감 표현 분석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닮은꼴 캐릭터인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은 '츤데레' 콘셉트로 신세계의 새로운 캐릭터인 제이릴라를 홍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경제]

# ‘방장: 정용진, 방제: 동빈이 형 가만 안 도···’

“내가 롯데를 도발했기 때문에 동빈이 형이 야구장에 왔다.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회 야구장을 빠져나간 것을 두고) 야구를 좋아하면 나가지 않는다.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6월 이후 6년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 신 회장의 잠실야구장 나들이가 화제가 될 무렵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SG랜더스의 구단주 자격으로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판하면서 모든 관심은 다시 정 부회장에게 쏠렸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을 ‘동빈이 형’이라고 불렀고 “롯데가 본업과 야구를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42년 유통 라이벌’ 롯데를 대놓고 저격했다. 오히려 참여자들이 자제를 요청하자 “지금이라도 동빈이 형이 연락해 ‘너 그만하라’고 얘기하면 그만하겠다. 아직 전화가 안 왔다”며 맞받아쳤다. 이어 “롯데자이언츠 외에 라이벌은 어디냐”는 질문에 키움히어로즈를 가리키며 “다 발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해온 정 부회장이 야구단 인수를 전후해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모습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야구팬들과의 대화는 도발을 넘어 파격에 가까울 정도.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로서는 극히 낯선 모습에 정 부회장이 선을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본사 및 계열사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 지난해 12월 스타벅스TV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위부터) 같은 달 이마트TV에 출연해 연기와 내레이션을 펼쳤다. 올해 1월에는 신년사를 대신한 영상에서 7분간 임직원들에게 올해 비전을 설명했다. /유튜브 캡처

하지만 정 부회장의 파격 행보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격의 없는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로 다가오면서 ‘정용진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언행이 위험수위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젊은 소비자는 그의 행보를 신선한 소통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정 부회장을 ‘용진이 형’으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그가 야구단 인수 직후 “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러웠다. ‘용진이 형’으로 불러 달라”며 먼저 대중에게 손을 내민 결과다. 멀게만 느껴졌던 재벌 오너와 달리 자신만의 새로운 경영 스타일로 보폭을 넓히면서 ‘밉지 않은 관종’이라는 새로운 상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MZ세대는 ‘지금까지 이런 오너는 없었다’며 그의 행보에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낸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행보가 철저히 계산된 똑똑한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재계 11위 CEO가 누구에게나 오픈된 SNS를 통해 파격적인 언변을 선보이는 것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이달 4일 그가 인스타그램에 신세계푸드의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에 대한 불만(?)의 글을 남긴 것을 두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진짜 너무 짜증 나는 고릴라 X끼. 진짜 나랑 하나도 안 닮았고 J는 내 이니셜도 아님”이라고 적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정 부회장의 까칠한 표현이 오히려 제이릴라를 홍보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캐린이(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캐릭터)’인 제이릴라가 불과 한 달여 만에 4,000명에 육박하는 팔로어를 갖게 된 것도 정 부회장의 ‘까칠한’ 지원 덕분이라는 것. 제이릴라를 활용한 제품과 굿즈 출시에 대한 기대감마저 자아내고 있다.

정 부회장의 ‘파격적인’ 소통을 일각에서는 이마트와 계열사의 탄탄한 성장세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해석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의 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보다 8% 성장한 23조 8,000억 원이다.

도발일수도, 소통일수도 있는 정 부회장의 유쾌한 행보 덕분에 신세계그룹에는 역동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달 18일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SSG 유니폼을 입은 사진에 박찬호 전 메이저리거 선수가 댓글로 “지명타자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응원단장”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명타자든 응원단장이든 그가 신세계그룹에 젊은 이미지를 덧입히고 있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오너가 곧 모델’이라는 새로운 경영 공식을 만들어냈다”며 “정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 ‘그룹 차원의 전략인지 그의 독자적 행동인지’를 궁금해 하는 것 역시 그것이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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