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에 사과한 국제앰네스티.."양심수 자격 재부여"

이민정 2021. 5.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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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지난 2월 교도소 수감 전(왼쪽)과 두 달 뒤인 4월 29일 모습. 러시아 모스크바 바부스킨스키 지방 법원은 이날 화상 재판에 참석한 나발니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는 지난 1월 94kg였던 몸무게가 석달 만에 72kg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양심수로 재지정했다. 앰네스티 측은 두 달 전 나발니를 양심수에서 제외했던 결정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이날 성명에서 “신중한 평가를 통해 나발니를 양심수로 재지정한다”고 밝혔다.

엠네스티 측은 앞서 지난 2월 24일 나발니가 ‘증오 발언’(hate speech)을 했다는 이유로 양심수 자격을 박탈했다. 증오 발언은 인종·성·종교 등 특정 그룹에 대한 편견과 폭력을 부추길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폄하·선동 발언을 뜻한다.

나발니는 지난 2000년 중반 난민과 유대인을 비하하고, 스스로를 민족주의자로 자처하는 등의 성명을 낸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앰네스티 측은 나발니가 과거 증오 발언들을 철회하면 양심수 지위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의 양심수 지위 변화를 근거로 나발니를 공격해 왔다고 판단하고 재지정을 결정했다.

이날 앰네스티 측은 “나발니를 양심수에서 제외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었다”면서 “나발니와 그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캠페인을 벌이는 러시아 및 전 세계 활동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과거 행동을 이유로 양심수 자격을 박탈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나발니의 과거 발언 중 일부는 여전히 비난받을 만하다”며 “우리는 그런 발언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발니의 정치적인 행보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앰네스티의 사과에 나발니 측근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실수를 인정하는 능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인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교도소 수감 중인 나발니는 지난달 29일 수척한 모습으로 재판을 받는 장면이 공개돼 국제 사회의 우려를 샀다. 당시 러시아 법원은 나발니의 화상 재판 장면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나발니는 반삭발에 얼굴 턱선이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었다. 나발니는 아내와의 영상 대화에서 석 달 사이 몸무게가 94㎏에서 72㎏으로 22㎏ 빠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적인 나발니는 지난해 9월 독극물 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가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을 회복했다. 지난 1월 귀국한 그는 2014년 사기 사건으로 선고받은 집행유예 조건을 위반한 혐의로 공항에서 즉시 체포됐다.

지난 2월 중순 2년 반 징역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던 나발니는 지난달 31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교정 당국이 자신의 마비 증상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나발니의 변호사와 러시아 야권은 그가 단식으로 몸이 급격히 쇠약해져 심정지로 사망할 위기에 놓였다며 병원 이송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 등 국제 사회도 우려를 표했다. 이후 교정 당국이 외부 의사로부터 치료를 허용하면서 그는 4월 23일 단식을 중단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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