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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는 누구와 함께?..'21세기 스타워즈' 미-중-러 우주정거장

조일준 입력 2021. 05. 08. 18:16 수정 2021. 05. 0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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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독자 정거장 추진하는 러시아와 중국, '우주관광 사업' 나선 미국
초국적 협력에서 다시 경쟁 체제로
2011년 5월23일, 국제우주정거장에 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왼쪽)가 도킹(결합)한 모습을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의 비행사가 촬영했다. 당시 소유즈호에는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의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누리집 갈무리

꼭 60년 전인 1961년 4월12일 오전 10시20분(모스크바 시각), 옛소련 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지구 귀환을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했다. 당시 27살의 조종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 중력의 8배(G8) 넘는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작은 원형 창밖을 내다봤다. 거대한 오렌지빛 화염이 길이 4.4m, 지름 2.4m 크기의 착륙선 캡슐을 휩싸고 있었다. 가가린은 최후를 맞는다고 생각했다. 숨 막히는 긴장 속에 보스토크 1호의 귀환을 지켜보던 지상통제소에 작별을 고하는 무선통신이 들어왔다. “나는 불타고 있다. 동무들, 안녕히.” 가가린은 자신이 본 화염이 우주선이 지구에 진입할 때 대기와의 엄청난 마찰열로 생기는 플라스마 현상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7분, 옛소련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보스토크 1호가 불꽃을 내뿜으며 솟아올랐다. 10분 뒤 우주선은 예정 궤도에 안착해 지구 둘레를 돌기 시작했다. 9시26분 가가린은 “비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느낌이 아주 좋다. 모든 장비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10시2분, 소련 당국은 발사 실패를 우려해 미뤘던 보스토크 1호의 성공적인 비행 소식을 국영 라디오방송으로 공식 발표했다. 10시53분, 보스토크 1호는 애초 예정 지점에서 약 240㎞나 떨어진 곳에 무사히 착륙했다. 발사에서 귀환까지 106분에 걸친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2021년 4월24일,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탑승 캡슐인 인데버호가 우주인 4명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REUTERS

소련이 쏘아올린 첫 우주정거장

소련은 1957년 4월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4년 만에 다시 사상 최초로 인간을 우주에 보내는 쾌거를 이뤘다. 냉전 시기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에도 불꽃이 튀었다. 미국은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사상 최초로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1971년에는 소련이 다시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1호를 발사해 지구궤도에 띄웠다. 우주정거장은 우주인이 우주공간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우주탐사와 과학실험을 수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시설물이다. 우주정거장은 자세 제어 장치만 갖췄을 뿐 주요 추진 장치와 착륙 설비가 없다는 점에서 우주선과 구분된다. 대신 다른 우주선들이 우주정거장에 승무원과 보급품, 화물을 실어 나른다. 소련의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는 살류트 1~7호에 이어 미르(1986~2001년)까지 이어졌다. 미르는 세계 최초로 독립 시설물을 탈착할 수 있는 모듈식 우주정거장이었다.

미국은 우주정거장 발사도 소련보다 한발 늦었다. 미국의 우주정거장은 1973년 5월에 발사한 무인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이 최초였다. 미국은 그해에만 스카이랩 2호부터 4호까지 세 차례나 유인 우주정거장을 추가로 쏘아 올렸다. 이들 모두는 임무 수행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으로 비교적 짧았다.

1980년대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반영구적인 유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프리덤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연료탱크만 버리고 우주선 본체를 재활용하는 우주왕복선을 최초로 실용화하면서다. 1981년 4월12일, 미국은 소련의 보스토크 1호 발사 성공 20주년 기념일에 맞춰 사상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컬럼비아호를 시작으로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랜티스, 인데버까지 모두 다섯 대의 우주왕복선을 2011년까지 운용했다.

1984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프리덤 우주정거장’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19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열 번째로 발사된 지 7초 만에 공중 폭발하는 참사를 겪은데다 우주개발 비용 부담이 급증하면서 프리덤 우주정거장 계획은 전격 취소됐다. 1991년 옛소련이 몰락하면서 우주개발은커녕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데다 미국도 더는 소련과 냉전 대결 구도에 바탕을 둔 우주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냉전 종식이 연 우주 협력 시대

냉전 체제가 끝나자 우주 협력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을 신설하는 대신 러시아(옛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를 활용하고, 러시아는 미국의 우주왕복선에 자국의 우주인과 보급품을 실어 보냈다. ‘셔틀-미르 프로그램’으로 불린 미-러 우주 협력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년간 지속됐다.

1998년에는 국제사회의 우주 협력 범위가 대폭 커졌다. 미국은 독자적인 프리덤 우주정거장 계획을 포기한 대신 여러 나라가 공동 참여하는 다국적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주도했다. 문자 그대로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다. 그 뿌리 격인 모듈 1호는 1998년 11월 러시아의 프로톤 로켓이 싣고 날아가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후 러시아 로켓과 미국 우주왕복선이 잇따라 추가 모듈과 장비를 실어 나르면서 꾸준히 확장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미국, 러시아, 유럽 우주국(벨기에·덴마크·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스위스·영국), 캐나다,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우주인 주거 모듈 16개(미국 9개, 러시아 4개, 일본 2개, 유럽 1개)를 비롯해 과학실험실 모듈, 도킹 시설, 로봇팔, 태양전지판, 물류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소유와 운영은 참여국 정부 간 협약으로 규정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우주공간에 현존하는 가장 큰 인공물체(길이 73m, 폭 109m)이자 가장 오랜 기간 인간이 사용하는 시설물이다. 2021년 5월 현재 고도 400㎞에서 지구 둘레를 93분마다 한 바퀴 공전한다. 문제는 23년 넘게 사용하면서 우주정거장이 노후화하고 크고 작은 결함이 생겼다는 점이다. 2021년 3월에도 러시아 쪽 모듈에서 미미한 공기 누출의 원인으로 보이는 균열이 발견돼 우주비행사들이 긴급히 수리했다. 국제우주정거장 공식 운영 시한이 2024년까지다. 3년이 채 안 남았다. 미국은 운영 종료 시점을 늦추고 싶어 한다. 2020년 12월 미국 상원은 나사가 국제우주정거장 운용 시한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 균열은 시설물뿐 아니라 참가국들의 국제협력에서도 나타난다. 러시아는 조만간 우주 협력에서 발을 뺄 태세다. 4월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재한 우주개발전략회의에서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는 “2025년 우리가 국제우주정거장을 떠나는 것에 대해 파트너 국가들에 솔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국영 텔레비전방송이 보도했다. 보리소프 총리는 이날 회의 뒤 성명을 내어 “최근 (국제우주정거장의) 기술적 결함 보고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기술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뒤에 (탈퇴 여부를) 결정하고 파트너들에게도 알릴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 탈퇴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5월에는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국 국장이 “우리는 새 우주정거장 설계를 시작했다. 노드 모듈과 전력 모듈은 이미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모듈에 다른 모듈들을 추가로 붙일 계획”이라며 “2030년 이후엔 러시아연방이 새 우주정거장을 보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우주 분야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에 약 60억달러(약 6조76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신흥 우주 강국인 중국도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한다. 2021년 4월29일 오전 중국유인우주국(CMSA)은 하이난성 원창 우주기지에서 창정 5B 로켓에 우주정거장 모듈 ‘톈허’(天和, 천상의 조화)를 실어 발사했다. 톈허는 우주정거장 궤도 유지를 위한 추진 장치와 우주비행사 3명이 한 번에 최장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 생활 공간을 갖췄다. 중국은 이번 발사를 시작으로 2022년 말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추가 장비를 실어 올려 총 3개 모듈로 구성된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고 꾸준히 독자적으로 우주탐사 기술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2003년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한 데 이어, 2011년과 2016년에는 실험용 우주정거장 모듈인 톈궁 1호와 2호를 잇따라 지구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1961년 사상 최초로 인류의 우주비행에 성공한 러시아 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발사를 앞두고 발사대에 누워 있다. AP 연합뉴스

머스크·베이조스도 뛰어든 우주사업

미국도 마냥 뒷짐만 지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주정거장과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은 민간기업의 상업적 우주관광 사업에 넘기고, 국가 기구인 나사는 지구 주변을 넘어 심우주 탐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정거장 건설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미국 기업은 액시엄 스페이스와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 두 곳이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나사의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 매니저 출신인 마이클 서프레디니가 2016년 설립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르면 2022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 객실 모듈을 연결해 우주호텔 사업을 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0년대 말까지는 최초의 민간 우주정거장을 지구궤도에 띄워 본격적인 우주관광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2020년 나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액시엄 스페이스의 전용 모듈을 1억4천만달러(약 1570억원)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의 우주기술 스타트업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도 차세대 상업 우주정거장 건설과 관광 사업을 공언했다. 2006~2007년에는 모듈 시제품을 제작했다.

미국 민간 우주관광의 선두 기업은 스페이스엑스(X)와 블루 오리진, 보잉 등이 꼽힌다. 스페이스X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업체다. 블루 오리진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했다. 최근 스페이스X는 연료 재충전 방식으로 유인 캡슐과 추진 로켓(팰컨9)까지 전면 재활용이 가능한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발사와 귀환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크루 드래건은 2021년 4월23일(현지시각)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발사돼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했으며, 5월2일 새벽 플로리다주 앞바다 멕시코만에 무사히 착수(수면에 닿음)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앞서 4월16일엔 나사가 2024년을 목표로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스페이스X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달에 사람을 보내는 사업자로 선택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인간이 달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 거의 반세기가 됐다. 우리는 달로 돌아가 영구적인 달 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억9천만달러(약 3조2천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을 따내는 경쟁에서 밀린 블루 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는 나사의 결정에 발끈하며 장문의 항의서를 나사와 미국 회계감사원에 제출했다.

“포스(force)가 함께하길”

러시아와 중국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추진하고 미국이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민간 부문에 넘기는 것은 인류의 우주개발과 탐사가 초국적 협력에서 다자간 경쟁 체제라는 새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경제·군사 강국이기도 한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개별적인 우주정거장 운용은 과학탐사와 우주여행을 넘어 군사적 목적의 우주개발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주정거장은 인류 공동의 우주개발 베이스캠프가 될 수도, 주요국들이 우주개발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전초기지가 될 수도 있다.

5월4일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공간에 광대역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 링크’ 위성 60개를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한 뒤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마침 이날은 우주 마니아들이 ‘스타워즈 데이’로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의 공상과학(SF)영화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에서 “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길”이란 유명한 대사의 영어 원문(May the force be with you) 발음이 “5월4일이 너와 함께”(May the 4th be with you)와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힘, 물리력, 권력이란 뜻의 영어 단어 ‘force’는 <스타워즈>에서 물리적 힘부터 염력과 예지력까지 아우르는 특별한 초능력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쓰였다. 포스는 선과 악의 양면을 가졌는데, 누가 어떤 의도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NASA는 이날 트위터에 “머나먼 은하에서….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스카이워커의 고향 행성처럼 2개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타투인(Tatooine)이 영화적 상상의 창조물만은 아니죠”라며 스타워즈 데이를 축하했다. “NASA 덕분에 쌍성에 대해 더 많을 것을 알 수 있다”며 실제 관찰된 사례를 설명하는 홈페이지 링크도 함께 올렸다. 쌍성은 2개 이상의 별(항성)이 한 쌍을 이뤄 전체의 질량중심 주위를 공전하는 항성계다. 타투인은 다시 그 주위를 크게 공전하는, 영화속 상상의 행성이다. 우주는 늘 인간의 능력과 상상을 넘어선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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