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해수욕장 재개장, 우려 속 봉쇄 푸는 유럽
[경향신문]
유럽국가들이 조금씩 코로나19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유럽국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평균 13.7%에 그치지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 대목을 더는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리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지중해 곳곳의 해수욕장을 재개방했다. 해변에 일광욕 의자를 4m 간격으로 띄엄띄엄 배치하고 소독하기로 했다. 해변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주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리스에서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 비율은 12%에 그친다. 그러나 정부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더는 봉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관광 산업은 그리스 경제와 일자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누적 백신 접종률이 15.4%인 이탈리아는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다른 유럽국가, 영국, 이스라엘에서 오는 여행객들에게 적용하던 자가격리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유럽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게는 5일, 미국에서 오는 사람에게는 최대 10일간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지난 4일 “다른 유럽지역보다 빨리 자체적으로 ‘그린패스’를 도입하겠다”면서 “여름휴가는 이탈리아로 오라”고 홍보했다.
영국도 봉쇄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오는 17일부터 술집, 영화관, 실내 식당 영업을 재개한다. 잉글랜드발 해외여행을 허락하고, 이스라엘과 호주 등 12개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한다. 실내에서 6명 또는 두 가구의 사적 모임을 허락한다. 야외에서는 최대 30명까지 모일 수 있다. 영국에선 인구의 52%가 백신을 1회 이상 맞았다.
독일도 일부 지역들이 봉쇄를 완화했다. 남부 바이에른주는 10일부터 야외 식사를 재개하고, 21일부터 관광을 재개한다. 작센주는 감염자 수가 100인 미만인 지역에 레스토랑 영업과 관광 규제를 완화한다. 일부 주에서는 예방접종을 마친 사람에게는 봉쇄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스페인도 지난 8일 밤 11시부터 ‘국가경계령’을 해제했다. 중앙 정부가 하원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 10월부터 실행한 국가경계령은 각 지방정부에 야간 통행 금지, 지역 간 이동 제한과 같은 제한 조치를 내릴 권한을 줬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유럽이 섣불리 봉쇄를 푼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유럽연합(EU)은 미국인 관광객이 올 수 있다고 말하지만, 유럽인들은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 한다”면서 “유럽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관광 재개가 현실적인 제안인지 궁금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서 가장 접종률이 높은 영국에서조차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상치 않고, 취약계층 거주지의 감염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스페인에서는 8일 자정부터 사람들이 ‘국가경계령’ 해제를 자축하러 도심 곳곳에 쏟아져 나와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수백명이 이날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 광장과 거리에서 시곗바늘이 0시를 가리키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소셜미디어에 마스크 없이 야외에서 파티를 벌이는 사진이 퍼지자,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즈-알메이다 마드리드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길거리에서 술 파티를 벌이는 게 자유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 규칙이 완화되더라도 대면 접촉을 최대한 피하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에 대해 자문하는 캐서린 노마케스 리즈대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너무 자주 포옹하지 말고, 얼굴을 마주 보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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