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뢰밭 먼저 보내 '레이디 퍼스트'라고?

김성호 2021. 5. 11. 15: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레이디 퍼스트'란 관용구가 전장에서 남성 병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여성을 먼저 지뢰밭에 들여보낸 데서 유래했다는 낭설이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뢰밭에 먼저 보내서 레이디 퍼스트? 11일 여가부 공식블로그에 따르면 '신사의 품격, Lady First' 게시물엔 레이디 퍼스트란 말이 지뢰밭에 여성을 먼저 들여다 보낸 데서 왔다는 설이 소개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 게시물 논란
'레이디 퍼스트' 유래 부적절 게시물
남군인 아끼려 여자 먼저 지뢰밭에
여가부 "문제 확인, 정정하겠다"

[파이낸셜뉴스] ‘레이디 퍼스트’란 관용구가 전장에서 남성 병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여성을 먼저 지뢰밭에 들여보낸 데서 유래했다는 낭설이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 공식블로그에 학술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 버젓이 올라오면서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가부는 '객원기자가 서적을 근거로 작성한 게시글'이란 입장이지만, 문제의 책 어디에서도 해당 내용이 어떤 근거로 작성됐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해당 출판사와 저자 역시 접촉이 불가능한 상태다.

여가부는 취재 이후 게시글을 삭제했고 해당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정정글을 올릴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공식블로그에 '레이디 퍼스트'라는 관용구가 전시에 여성을 지뢰밭에 먼저 들여보내던 데서 유래했다는 잘못된 내용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여가부는 본지 취재 이후 게시물을 내렸으나 사실을 바로잡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지뢰밭에 먼저 보내서 레이디 퍼스트?
11일 여가부 공식블로그에 따르면 ‘신사의 품격, Lady First’ 게시물엔 레이디 퍼스트란 말이 지뢰밭에 여성을 먼저 들여다 보낸 데서 왔다는 설이 소개됐다. 해당 글은 레이디 퍼스트의 유래를 설명한 것으로, 세 가지 설 중 하나로 전시 지뢰밭 설을 언급한 것이다.

여가부 블로그는 “이 설은 앞선 두 사례와 다르다”며 “전쟁 중에 지뢰의 위험 때문에 행군 등을 할 때 전투를 해야하는 남성들을 아끼는 차원에서 여성 먼저 지나가게 했다는 데서 ‘레이디 퍼스트’가 유래했다”고 적고 있다.

문제는 해당 내용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그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레이디 퍼스트란 말이 오늘날 여성을 배려하는 관행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여성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비인간적 문제를 근원으로 적시했다면 그 근거가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가부가 출처로 언급한 책은 2013년 출간된 '세상 모든 것엔 시작이 있다'로, 파이낸셜 뉴스가 확인한 결과 여가부 블로그에 게시된 글과 동일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책에서도 해당 내용이 어떤 문헌을 근거로 하는지 표기하지 않고 있다. 출판사, 저자 등에 대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레이디 퍼스트'의 잘못된 유래가 책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블로그 등에 버젓이 게시되며 언론 등이 사실확인 없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온라인 갈무리.

■해외 연구도 전무, 근거 없는 낭설
직접 레이디 퍼스트의 유래 가운데 실제 지뢰와 연관된 설이 있는지를 파악해보았으나 관련된 선행연구 및 참조할 만한 자료가 전무했다.

레이디퍼스트는 중세 유럽의 기사도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여성을 배려해 재난상황 등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탈출시킨 사례 등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여성을 먼저 행군하게 해 남성 병사의 지뢰 피해를 줄이려 했다는 근거는 없다. 사실상 출처 불명의 낭설인 것이다.

한국 온라인상에서 이와 유사한 낭설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전쟁에서 여성을 총알받이로 세우거나 지뢰가 깔려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걷게 했다는 내용이 온라인 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 이 내용을 유래라며 게시해둔 것은 여가부 공식블로그가 유일하다.

여가부는 본지 취재가 시작된 뒤 해당 게시글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게시글을 내렸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실 확인 뒤 블로그 내용을 내렸고, 블로그 기사 전반에 대해 점검 중"이라며 "(추가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발견되는 경우 조치하겠다"라고 전했다.

여성가족부는 명백히 사실이 아닐 뿐더러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을 공식 블로그에 게재하고도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정정하는 대신 글을 조용히 내리는 것으로만 대응했다. 여성가족부.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