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 돈'? .. 일본 정부와 IOC의 속사정

이근평 기자 2021. 5. 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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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은 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시끌시끌합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도쿄도, 오사카부, 교토부 등 6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가 발령되면서 올림픽 취소 논의가 본격화된 양상입니다.

우선 여론이 취소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7~9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도쿄 올림픽 개최를 취소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9%에 달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가 발효 중인 도쿄도(東京都) 다이토(台東)의 한 음식점에 휴업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취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어제(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중·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진땀을 흘렸습니다. 야당 의원으로부터 “감염이 폭발적인데도 올림픽을 개최할 기분이냐”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현재까진 확고한 입장입니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의 감염예방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해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겁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오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 등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IOC는 왜 이토록 올림픽을 강행하려 하는 걸까요. 당연하게도 경제 논리 때문입니다. 오늘(11일) 아사히신문은 이를 숫자로 풀어냈습니다.

IOC는 미국 NBC와 2032년까지 6개의 하계·동계 올림픽 방영권 계약을 맺고 약 8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76억5000만 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IOC의 경우 보통 이같은 중계권료가 수입의 70%를 차지합니다. 무관중 올림픽이 되더라도 경기가 중계만 되면 확보되는 돈입니다. IOC 입장에선 행사 취소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사정은 더 안 좋습니다. 대회가 취소되고 방송사가 중계권료의 반환을 요구할 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IOC 출연금 850억엔(약 8800억원)을 뱉어내야 합니다. 일본 정부로선 경기장과 인프라 건설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해 들인 돈이 있는데 출연금까지 못 챙기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일본에 지워진 '개최 의무'는 상황을 더 난처하게 만듭니다. IOC, 도쿄도, 조직위 3자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일본은 올림픽을 개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일본이 먼저 나서 올림픽을 취소한다고 하면 의무 위반인 거죠. 이 경우 IOC는 스위스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CAS에서 일본이 이길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올림픽 개최 계약에서 IOC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국제 계약과 달리 이 계약에 불가항력 조항이 없다는 점이 단적인 예입니다. 불가항력 조항이란 코로나19와 같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상황에서 계약 불이행에 대해 면책을 해주는 걸 뜻합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더라도 그 결정의 주체가 IOC여야 일본 정부로선 최소한 손해배상 비용은 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시모토 세이코(앞쪽)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열린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5자 온라인 회의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일본 정부 내에선 IOC에 공을 넘기며 IOC의 결단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스가 총리가 어제 의회에서 올림픽 개최 의사를 밝히며 “이미 IOC의 개최 결정이 있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어제 조직위는 오는 17일 예정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방일이 기약 없이 연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날로 악화하는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손님맞이가 곤란하다고 본 거죠.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는 사실상 일본 정부와 IOC의 속사정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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