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막을 호주 '79조원 잠수함 계획', 디자인 논쟁벌이다 5년 미뤄졌다

이철민 선임기자 2021. 5. 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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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태평양에서 군사력을 팽창하는 중국을 막으려는 호주의 무려 900억 호주달러(약 79조원)짜리 원대한 잠수함 프로젝트에 경고 등이 켜졌다. 호주는 중국 해군력을 저지하기 위해, 2009년 12척의 최신형 공격 잠수함(attack submarines)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고, 현재 프랑스의 방산(防産) 건조사인 나발 그룹과 계약을 맺어 추진 중이다. 900억 호주달러 규모는 호주 역사상 최대의 국방 프로젝트다. 새로 취역할 공격 잠수함은 전장(全長) 97m에, 디젤-전기 동력으로 추진되며, 60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한 번에 3만3000km를 항해할 수 있다.

호주 해군의 신형 공격 잠수함 제원

그런데 영국의 더 타임스는 “잠수함의 디자인을 둘러싸고 계속 변경과 내부 다툼을 벌이고, 또 프랑스 방산업체가 애초 약속했던 호주 산업계에 대한 낙수(落穗) 효과도 구체화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계속된 끝에, 첫 잠수함은 2030년 중반에야 진수(進水)가 가능하고, 12척 중 마지막 잠수함은 빨라야 2054년에야 취역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나날이 대양(大洋)해군을 꿈꾸면 계속 호주의 동쪽과 북동쪽에 위치한 섬나라들을 야금야금 포섭하는 상황에서, 호주가 중국을 억지할 수가 없게 된다.

급기야 지난 2월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국방부에 대안(代案)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수억 달러의 위약금을 내더라도, 이 계약을 깨야 한다는 말도 호주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온다.

호주는 2009년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이 잠수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에 첫 잠수함이 진수해야 했다. 그런데 이후 역대 정부가 계속 일본·독일·프랑스의 다른 방산업체들의 경쟁적 디자인을 놓고 논쟁했다. 2016년에 가서야 프랑스의 ‘나발 그룹’이 프랑스의 바라쿠다급(級) 핵 추진 잠수함을 기초로 한 이 공격 잠수함을 주로 호주에서 제작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번엔 애초 약속했던 호주 산업계로의 기술 이전·고용 창출과 같은 효과가 없었고, 디자인이 구체화하면서 비용은 치솟았다.

수년간 잠수함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렉스 패트릭(54) 호주 의원은 언론에 “완전히 엉망이다. 지역적으로 우월한 잠수한 전력을 갖추리라는 가능성이 매우 의문시된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플랜 B’는 ‘어떻게 해서든 플랜 A를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호주 정부는 이제 와서, 애초 잠수함 프로젝트에 응찰하지도 않았던 스웨덴의 잠수함 제조사 ‘사브 코쿰스(Saab Kockums)’와 접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사브’는 현재 호주 해군이 대체하려고 하는 콜린스급 잠수함을 건조한 회사다.

호주 전략정책 연구소의 수석 국방 분석가인 마커스 헬리어는 “애초 디젤-전기 동력 잠수함을 주문한 것이 잘못”이라며 “재래식 잠수함 12척을 보유해도, 수리와 장거리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할 때에 호주 북쪽의 전략 해역에 항시 배치할 수 있는 잠수함은 2척”이라고 말했다.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면 장거리 작전 수행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지만, 호주엔 이를 뒷받침할 핵 관련 산업이 없다고 한다.

이른바 '태평양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호주 북동쪽과 동쪽의 섬나라를 두고, 호주와 중국이 벌이는 원조 경쟁(2006~2016년). 이미 중국이 호주 원조액을 넘어서거나 육박하고 있다. /단위: 호주달러

중국은 최근 수개월 호주산(産) 석탄·포도주·농산물의 수입을 금지했고, 호주를 겨냥한 중국발(發) 사이버 공격은 거세진다. 중국의 글로벌 타임스는 대놓고 “호주가 타이완 방어에 협조하면, 호주 본토를 장거리 미사일로 보복 공격해야 한다”고 떠든다.

중국이 확장 및 현대화를 하기로 한 키리바시 열도 칸톤 섬과, 이곳에 위치한 2차 대전에 닦은 활주로.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 “중국이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키리바시 열도의 칸톤 섬에 있는 2차 대전 때 썼던 활주로를 현대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의 위치하는 중국의 공군기지는 5시간이면 호주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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