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부동산 적폐'.. 집값 잡을 방법 있는데 안 해" [세상을 보는 창]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후분양
'3대 정책'만 시행해도 집값 떨어져
주택보급률 110%.. 공급 안 부족해
3기 신도시 만든다고 집값 잡히겠나
“가장 큰 원인은 2017년 8·2 부동산대책으로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세제 감면과 대출 특혜를 준 것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개인 대출을 40~50%로 줄였지만 임대사업자에겐 80%까지 늘려줬다. 양도소득세 중과도 면제했다. 그러자 임대사업자들은 지방까지 가 집 쇼핑을 했다. 3년간 정상 거래 건수의 반이 넘는 100만채 이상을 사들였다. 문재인정부는 투기꾼들에게 돈을 대주고 투기를 양성했다. 도시재생뉴딜 사업도 집값을 불안하게 했다. 4대강 사업비의 2배가 넘는 50조원을 쏟아부어 구도시 재생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값이 뛰었다. 강남 사람들이 사재기를 많이 한 탓이다. 집 없는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투기꾼들 집을 고쳐주는 나라가 어디 있나.”
―주택 공급 정책도 문제가 많지 않나.
“대통령과 서울시장, 경기지사 등에게는 3대 특권 즉 토지강제수용권, 토지용도변경권, 토지독점개발권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그린벨트 땅을 수용하면 강남에 평당 땅값 200만원, 건축비 500만원으로 30평 아파트를 2억원에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4년 동안 한 게 없다. 위례, 마곡, 과천 지구 땅을 건설회사에 팔고 고분양가 분양을 방치했다. 공공 분양도 축소하고 바가지 분양을 했다. 이명박정부 때 30평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하던 걸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은 7억원에 했다.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여권은 보수 정권 탓이라며 부동산 적폐 청산을 외쳤는데.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정말 쉽다. 3대 부동산 개혁 정책인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를 당장 시행하면 된다. 이것보다 더 쉬운 게 공공 아파트를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제도다. 토지임대부 30평 아파트를 2억원에 분양하면 집값은 떨어진다. 왜 싼 값에 강제로 수용한 땅을 건설업자들에게 팔아 먹잇감을 주나. 또 3주택 이상은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400만채가 시장에 나온다. 살 사람이 100만명도 안 되기 때문에 집값은 떨어진다. 이처럼 집값 잡을 정책들이 있지만 정부는 안 한다. 주택 정책을 경기부양책으로 써서 그렇다. 경제성장률을 몇 % 올렸다는 대통령의 성적표로 이용하려고 해선 안 되는 일을 한다. 다른 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대통령 쫓겨난다.”
―3기 신도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는데.
“오 시장은 2006년 경실련 서울시장 후보초청토론회에 와서 경실련이 제안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를 당선되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솔직히 잊어버리고 안 지킬 줄 알았다. 그런데 그해 9월 오 시장이 SH의 공공주택에 부동산 3대 개혁정책을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이러니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 공약이었던 이들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은 2007년 민간 건설사가 용인에 30평 아파트를 6억원에 분양할 때 송파구 장기 지구에 2억5000만원에 분양했다. 오 시장과 이 전 대통령 때 집값이 가장 안정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와서도 이들 정책을 자신의 주택 정책으로 발표했다. 오 시장은 개인적으로 잘할 거로 본다.”
―왜 LH 해체를 주장하는가.
“2005년 노무현정부 때부터 그랬다. LH가 제 역할을 안 한다. 땅 장사하고 고가 분양을 해서 집값을 띄우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를 안 해 이익이 많이 남으니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한다. 그리고 번 돈으로 쓸데없이 매입 임대를 한다. 임대주택 지을 땅은 팔아먹고 비싼 빌라 사서 숫자만 맞추는 거다. 신도시 개발 정보를 안 직원들은 예정지에 투기까지 한다. 2기 신도시 개발 때 나무를 심으면 큰 보상을 받는다는 걸 알고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또 하다 걸렸다. 주택보급률이 110%인데 주택개발을 하는 공기업이 왜 필요한가.”
―박원순 전 시장이 친구인데 조언은 안 했나.
“1989년 경실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형님(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정책기획수석)이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나를 찾아와 집값 잡는 방법을 물었다. 당시 주택보급률이 50%로 낮아 매매·전세 가격이 크게 뛰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지 않냐.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공급을 늘리되 싸게 하면 된다’고 했다. 얼마 뒤 경실련이 저렴한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노태우정부는 이를 수용해 200만호의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고 2년 만에 집값을 잡았다. 1기 신도시 건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번 만났는데 그런 기억을 떠올리더라.”
―부동산건설개혁 시민운동을 하는 이유는.
“집값 폭등은 집 없는 서민과 청년, 미래세대 것을 약탈하는 거다. 불로소득은 성실하게 기술개발하고 땀을 흘린 이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만든다. 내 자식과 이웃들이 빨리 집을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독립운동을 한다는 각오로 시민운동을 한다. 건설회사에서 20년간 일하다 퇴사한 뒤 2004년 경실련에서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을 시작했다. 노무현정부를 도와주려고 한 운동인데 결국 경실련은 정부를 비판하는, 참여연대는 비호하는 단체가 됐다. 그게 문재인정부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집값 폭등의 책임이 있는 김수현·김상조·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두 참여연대 출신 아닌가.”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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