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도망칠 때, 큰 상어는 허리케인 길목에 모인다

조홍섭 입력 2021. 5. 12. 14:26 수정 2021. 5. 12. 14: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열대폭풍이 몰아치면 얕은 바다의 동물은 거센 파도와 조류, 기압과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피해 일제히 깊은 바다로 대피한다.

열대폭풍이 다가오면서 기압이 떨어지면 대부분은 물고기나 새는 이를 감지하고 미리 도망친다(▶'태풍 1번지'로 이동하는 제비갈매기만의 비법). 그러나 바하마만의 대형 뱀상어들은 "기압이 갑자기 떨어진 것을 감지하자 일제히 활발해져 마치 새로운 먹이 기회를 맞은 것 같은 행동 변화를 보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폭풍에 죽은 동물 먹을 기회로 삼아..5등급 매슈 때 대형 뱀상어 평소 2배로
열대와 온대에 널리 분포하는 뱀상어는 6m 이상으로 자라는 대형 포식자이다. 열대폭풍을 먹이터로 활용하는 새로운 행동이 발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열대폭풍이 몰아치면 얕은 바다의 동물은 거센 파도와 조류, 기압과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피해 일제히 깊은 바다로 대피한다. 그러나 일부 대형 상어들은 폭풍에도 끄떡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길목으로 모여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닐 햄머슐랙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하구, 해안 및 대륙붕 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미국 남동부에 닥친 가장 강력한 열대폭풍에 속하는 5등급 허리케인 매슈(2016년)와 4등급 허리케인 어마(2017년)를 연구대상으로 했다.

플로리다를 덮친 허리케인 매슈 위성사진. 최대풍속 시속 270킬로에 이른 5등급 초강력 열대폭풍으로 2016년 아이티와 미국 남동부 등에서 60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상어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바하마와 마이애미 해안에 각각 32개의 수중 음향센서를 750m 간격으로 배열하고 상어에 추적장치를 달아 상어가 언제 어디를 통과하는지 측정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바하마만을 직격했을 때 연구자들은 소형 상어에 관한 기존 연구처럼 상어들이 깊은 바다로 피할 줄 알았다. 햄머슐랙 교수는 “허리케인의 눈이 닥쳐오는데도 대형 뱀상어들은 도망가기는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바하마만의 연구 해역에는 길이 2m가량의 대형 뱀상어 12마리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출몰했다. 시속 145㎞의 바람과 함께 허리케인이 상륙하던 날 한 달 동안 눈에 안 띄던 개체를 비롯해 평소의 곱절에 이르는 뱀상어가 이곳에 몰려들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뱀상어는 바다동물뿐 아니라 사람이 버린 쓰레기까지 닥치는 대로 삼키는 습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햄머슐랙 교수는 “폭풍이 지나갈 때 상어가 오히려 늘어난 이유는 추정컨대 폭풍에 휩쓸려 죽은 동물을 먹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옆구리에 줄무늬가 있는 뱀상어는 갑각류부터 물고기, 새, 거북, 돌고래까지 먹이로 삼는 포식자이며 뱃속에서 자동차 번호판 등 쓰레기가 나오는 등 쓰레기까지 닥치는 대로 삼키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열대폭풍이 다가오면서 기압이 떨어지면 대부분은 물고기나 새는 이를 감지하고 미리 도망친다(▶‘태풍 1번지’로 이동하는 제비갈매기만의 비법). 그러나 바하마만의 대형 뱀상어들은 “기압이 갑자기 떨어진 것을 감지하자 일제히 활발해져 마치 새로운 먹이 기회를 맞은 것 같은 행동 변화를 보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뱀상어와 함께 허리케인을 피하지 않은 대서양수염상어는 강인하고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허리케인 어마가 140㎞ 밖에서 마이애미 비스케인만에서 대형 상어가 보인 반응은 상어의 종과 장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인다. 이 해역에서는 대서양수염상어 10마리, 큰귀상어 7마리, 황소상어 2마리가 1달에 1번 이상 출현했지만 어마가 스쳐 지나가 시속 133㎞의 폭풍이 분 날 대서양수염상어 2마리와 큰귀상어 1마리만 자리를 지켰다.

연구자들은 뱀상어와 대서양수염상어가 강인하고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것이 다른 반응을 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햄머슐랙 교수는 “기후변화로 더 강력한 열대폭풍이 자주 생기고 있다”며 “이런 폭풍이 대형 상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면 보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Estuarine, Coastal and Shelf Science, DOI: 10.1016/j.ecss.2021.10737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