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마지노선 6년여 남았다"..탈탄소 사회 전환 한목소리

변태섭 2021. 5.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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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국포럼]

지금 이 순간에도 극지의 빙하는 녹고 있다. 터전을 잃은 북극곰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망망대해를 헤엄친다. 남극의 황제펭귄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를 넘어 이젠 ‘기후위기’라 불리는 지구온난화는 그렇게 동‧식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도 예외가 아니다. 가뭄과 홍수, 태풍, 폭설로 세계 곳곳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신‧변종 인수공통감염병 발병 위험마저 커졌다.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1 한국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 같은 기후위기 재앙에 우려를 표하며 “지구온난화 주범인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탈탄소 사회로 하루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탈탄소 시대, 우리의 선택’이란 주제로 이날 열린 토론회에선 지구의 미래이자, 한국의 미래가 될 탈탄소 사회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다양한 혜안이 쏟아졌다. 탈탄소 사회 진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기업규제 완화와 에너지 정책 일관성을 통해 기업이 선도적으로 나설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한국전력의 송‧배전 독점구조를 개선해 민간이 자유롭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후위기의 당사자이면서도 정작 정책 결정 과정에선 소외된 2030세대의 의견을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한국포럼에 토론자로 나선 이들이 '탈탄소 시대, 우리의 선택'이란 주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홍인기 기자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은 토론회에는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과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참여했다.


"탈탄소,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김상협 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다루는 등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 흐름이자 실천 과제로 다가온 탈탄소 사회로의 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홍식 교수=그간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쟁해왔으나 이젠 자국의 이익과 인류공동체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96%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인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0% 높다.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모델을 갖고 있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김성환 의원=2억 원에 거래되던 매머드 화석이 최근엔 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동토층이 녹으면서 매머드 화석이 대거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 속도라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 주인공이 인류가 될 거란 연구결과가 속속 나온다. 우리나라는 산업 피해, 일자리 축소 문제 때문에 주저해왔지만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의 탄소감축 대열에 합류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고, 이왕 할 거면 앞장서야 한다.

윤창현 의원=비올 때 오염물질을 강에 버리면 처리비용을 덜 수 있다. 경제학에선 이를 외부불경제라고 한다. 그간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하며 물건을 만들면서도 탄소를 처리하는 비용은 지불하지 않았다. 현재 국제사회의 흐름은 외부불경제 행위를 없애자는 것이다. 제품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오염물질 처리비용을 이젠 기업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잇따른 탈탄소 선언은 외부불경제가 사라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이형희 위원장=탄소중립과 더불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다. 국제사회와 국제 금융계가 강조하고 있어 ESG경영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빨리 ESG경영을 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민관이 논의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김 원장=ESG경영의 갑작스런 열풍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라면 무엇이 있을까.

이 위원장=ESG경영은 나온 지 오래된 개념이다. 그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기후위기와 맞물리면서 역주행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화석연료 주식은 사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ESG경영을 자금운용에 도입하면서 관련 업계‧기업에 큰 압력을 넣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금융계가 굉장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탈탄소 사회로 진입한다는 건 기업에 더 많은 규제가 가해진다는 뜻이다. 규제 총량을 고려해 환경 부문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다른 쪽 규제는 풀어줘 기업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의원=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5년 임기의 대통령 6명이 정책을 일관되게 끌고 가야 하고, 초당적인 협치가 우선돼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보단 광역‧기초 정부가 유리하다. 중앙정부가 가진 에너지 권한을 지방에 분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쇠퇴하는 업종이 새로운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원전 운용 두고 격론...유럽, 원전도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

전문가들은 탈탄소 사회로 재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각론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의 기저발전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의견이 팽팽히 맞서 원전 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모습을 보였다.

김 원장=탈탄소 사회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기저발전도 중요해질 것 같다.

김 의원=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5.6%로 OECD에서 최하위권이다. 그간 한전이 송‧배전을 독점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선진국에선 재생에너지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 주는 민간기업 덕에 친환경에너지가 빨리 확산됐다.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전력 분야의 큰 변화로,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기저발전으로 원전을 고려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원전은 매우 위험한 에너지다.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지만 재생에너지로 구분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윤 의원=1㎿를 발전하는 데 원전은 50달러, 태양광발전은 100달러, 해상풍력발전은 160달러다. 더구나 원전은 이산화탄소도 배출시키지 않는다. 비용이 탈탄소 사회 전환 속도를 결정한다고 볼 때 원전에 대한 정책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기저발전으로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잘 결합하면 탈탄소 사회 전환 비용은 줄이면서 속도는 빠르게 할 수 있다.

조 교수=유럽의 ESG경영 관련 최신 논의 동향에선 원전을 ESG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 리더 국가로 있는 유럽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도 이런 국제동향을 잘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김 원장=지구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등 현재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법적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30세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기성세대 위주로 대책을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조 교수=지난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기후변화대응법에 대해 일부 위헌결정을 내렸다. 연방정부의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관련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를 미래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판단한 것이다. 지구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내용 등이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겠지만 분명 보수적인 법도 현재 흐름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김 의원=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라면 2027년 전후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급속한 기후변화를 막을 마지노선마저 뚫리게 되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다. 현 세대가 미래 우리사회의 주역이 될 2030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건 옳지 않다. 미래세대에 죄 짓지 않기 위해선 여야가 합심해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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