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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맞으러 미국 가자".. 백신 맞으러 미국행 준비하는 사람들

심민관 기자 입력 2021. 05. 13. 06:00 수정 2021. 05. 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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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나 어학연수 겸 백신 접종
뉴욕·샌프란시스코 관광객 무료 접종 시작
백신 부작용 발생시 보상 못받아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최모(43)씨는 “부서 회의 때 6월로 예정된 미국 출장을 가기 위해 지원자를 받았는데, 자신을 포함해 12명의 부서원들 중 8명이나 손을 들었다”고 했다. 최씨는 “출장을 가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는데다, 국내로 돌아왔을 때는 2주간 격리를 해야 해 이 기간 집에서 쉴 수 있어 지원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어학연수 겸 백신도 맞을 목적으로 미국행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대학원생 김모(28)씨는 “여름방학 기간 미국 친척 집에서 두 달간 지내기로 했다”며 “이 때 백신도 맞고 어학공부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교 4학년생인 박모(26)씨도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는 걸 자소서에 쓰면 취업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번 방학 때 미국으로 갈지 고민 중”이라며 “국내에서 3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막혀 있어 미국행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DB

좀처럼 백신 접종 속도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국내 상황에 불만을 느낀 일부 사람들이 최근 백신을 빨리 맞기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부터 미국이 관광객들에게도 무료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 관광의 허브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20~50대 청장년층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노쇼(No show·예약 후 취소)’ 백신을 맞을 순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미국행을 고집하는 이유중 하나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더라도 혈전 부작용 우려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 “화이자 백신 빨리 맞고 싶다”... 미국행 문의 증가

12일 국내 대형 여행사 한 관계자는 “최근에 미국에서 무료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들은 분들이 많아져서인지, 미국에 가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각 주마다 관광객 백신 접종 정책과 백신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여행사가 잘 짜여진 백신 관광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일반인들의 문의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가는 건 몰라도, 국내 여행사가 단체 백신관광 상품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현지에서 부작용이 생기면 법적 문제가 생길수 있기 때문에 상품은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의가 늘어난 이유는 지난달부터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들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영향이 컸다. 관광객들의 경우 체류기간이 길지 않아 1회만 접종하면 되는 얀센 백신 접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알래스카주가 오는 6월 1일부터 주 내 4개 공항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무료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해 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화이자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혈전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보고되지 않아 의료계 종사자들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몸 속에 코로나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전달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한다.

국내에도 화이자 백신이 들어왔지만 공급량이 적어 75세 이상 고령층과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일부 의료진들만 맞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AZ 백신을 맞아야 한다.

국내에서 더딘 백신 접종 속도도 사람들이 미국행 고민하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70일이 지났지만 백신 접종률은 아직도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체 인구(약 5135만명) 중 약 367만명만 백신을 접종, 7.2%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저도 2회 접종을 해야하는 백신을 1회만 접종한 수치다. 2회 모두 접종한 사람은 약 50만명으로, 2회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인구는 전 국민의 1%도 안된다.

◇ ‘백신 관광’ 비용만 최소 750만원… 변이 바이러스 위험도 각오해야

미국행 백신 관광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부유한 사람들만 가능하다.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이 시간을 내 3주간 미국에 체류하기도 어렵고, 체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2회 접종을 받아야 하는데, 1차 접종 후 최소 3주 뒤 2차 접종을 해야한다.

국내 여행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 왕복 항공료가 약 250만원, 3주간 체류비용도 400만원 정도로 총 750만원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되고 경제력이 있는 일부 부유층들 위주로 문의가 많다”고 했다.

미국 뉴욕 존.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탑승객이 공항 탑승동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에서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치료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백신 접종 후 중증 부작용 발생 시 인과성을 따지지 않고 1000만원의 치료비가 지급된다. 만약 미국에서 백신을 맞고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보다 3~4배 비싼 병원비를 100%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보험 처리도 불가능하다. 백신 접종으로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병원비는 여행자 보험의 보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하루에 4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미국에서 3주간 체류해야 해 감염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최근 전세계에서 미국으로 백신을 맞으러 모여들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상황이다. 최근 로첼 왈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내 확진자의 72% 이상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집계된 수치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관광객 백신 무료 접종 소식을 듣고 전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 희망자들이 미국행 티켓을 끊기 시작해 미국 입국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신을 맞으러 갔다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도 크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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